그 옛날, 학생 시절, 합창시간에 후니쿨라, 후니쿨라, 하는 노래를 배운 기억이 있다. 그냥 부르면서도 후니쿨라가 뭔지 몰랐었는데 드디어 이번 여행길에 후니쿨라가 뭔지를 알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몬쥬악언덕까지 오를 때, 택시를 타고 갔는데 정작 보려던 후앙미로 박물관을 15분 상관으로 놓치고 터덜터덜 내려오다 지하철까지 연결시켜주는 차편이 있다고, 그게 후니쿨라 라는 물건이라기에 반색하며 찾아들었다. 언덕길에 선로를 깔아놓고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는 짧은 거리의 전동차였다.
몽마르트르 언덕을 찾아 나선 날은 쾌적하고 화창했는데 따거운 햇살을 피해 그늘로 골라가며 허위허위 언덕을 오르니 바르셀로나에서 본 후니쿨라가 몽마르뜨르 언덕에도 있기에 반갑기까지 앴다. 몽마르트르 언덕은 워낙 관광객으로 뒤덥혀있어서 관광객 입장이라는 게 오히려 편했다.
쌔크레퀘르 성당에 갔더니 마침 미사를 시작하기에 앉아서 미사를 드렸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 왔다가 미사를 드리는 것 같았다. 그전엔 놀러가면 노는데 바빠 언제 미사드릴 틈이 있냐고 했는데 이제는 아픈 다리도 쉴겸 가만히 앉아 내가 어디에 와서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앉아 있나를 되돌아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스페인에서 미사를 들였을 때는 축일도 아니었는데 주교부터 사제들까지, 십 여명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있어서 좋았는데 쎄크레퀘르의 성당에는 너무나 예쁘고 젊은 수녀님이, 수녀복도 마치 예전에 오트리헵번이 파계라는 영화에서 썼던 것 같은, 이마는 흰 천으로 가로질러 가리고 양 옆으론 우아하게 휘인 모자같은 너울을 쓰고 풍성하게 내려오는 하얀 옷을 입었는데 그 모습이 여간 근사하지 않았다.
내용은 물론 중요한 거지만 눈에 보이는 허울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우리가 육신을 지니고 감각을 느끼는 한은 보이는 것에 매이지 않을 길이 없다. 그렇다면 매 순간, 허락된 모든 것을 열심히 감사하며 즐겨야겠다.
그 유명한 테르트르 광장에 발을 들여놓으니 예쁘고 작은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둘러 서서 노천 카페를 이루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나는 사람을 구경하는 사람들과 또 그 앉아 있는 모습을 구경하며 서성이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그 옹색한 사이로 수십명의 거리의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주겠노라고 이젤을 펴놓고 관광객들 불러 모은다. 세상 어느 곳이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은 많지만 결국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모습을 구경하자는 게 제일가는 볼 꺼리인 것 같다.
울긋불긋한 차양까지도 바람에 휘날리는 게 흥겨워 하는 것 같다. 테르트르 광장에 빼꼭찬 즉석 초상화 그려주는 화가들의 그림을 보며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비록 거리에 나와 앉아 있을망정 나름대로 투자한 세월과 노력이 만만찮을 텐데 정작 눈에 드는 그림은 드물다.
죽는 날까지 해도 어렵고 어려운 게 그림 같다. 몽마르트르는 언덕위의 동네라 이리저리 휘는 좁은 골목속에서 동서남북의 개념은 찾을 길이 없고 그래서 오히려 바닥에 깔린 울퉁불퉁한 돌모양에 눈길을 주게도 되고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의 이끼낀 벽돌에 새겨진 희미한 그림자가 세월의 어떤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목적없이 그냥 헤메는 것이 여행이 주는 묘미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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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 카페와 거리화가로 북적이는 테르트르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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