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트럼펫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후에도 트럼펫 소리는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상큼함이 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에서 트럼펫의 활약은 잘 찾아보기 힘들다. 음악사에서 트럼펫의 활약은 가장 두드러지지만, 악기가 세분화되면서 트럼펫은 갑자기 활로를 잃고 말았다.
마치 너무 아름다운 목소리가 합창단에서는 개성을 나타내지 못하듯 트럼펫은 그 시원하고 장쾌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아쉬운 악기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그 종착역을 알수 없는 긴 여행이다. 어쩌면 시골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끝없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목적지도 모른채 적막하고 고독을 삼켜야만 하는 긴 여행 그러나 이 여행은 혼자만의 여행은 아니다.
때로는 부딪치기도 하고 그저 스쳐갈 뿐이지만 서로의 얼굴을 익히면서 찰라의 순간을 공유하기도 한다. 때로는 피하고 싶은 인연도 있지만 때로는 한적한 시골길을 오래동안 옆자리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싶은 인연도 있다.
인연이란 그런 것, 시간과 공간 속의 찰라적인 부딪침이다. 이 찰라의 순간순간에 스파크가 일어나고 찬란한 불꽃을 구경하며 산다면 여행은 지루함없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말것이다. 사람들이 취미에 몰두하고 음악 등에 심취하는 것도 삶의 지루한 여행을 보다 멀리… 긴 시간을 함께할 건전한 스파크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찰라 속에서 부딪치고 찬란한 불꽃을 분산시키며 영혼의 절규를 노래하는 것… 그래서 음악은 옛부터 인류의 오랜 친구였다. 특히 트럼펫(나팔)같은 악기는 동서를 막논하고 기원전(수천년) 부터 모든 대륙에 존재했던 악기였다고 한다.
특히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전쟁에서 트럼펫이 없어서는 안될 악기였고, 종교적인 의식에도 트럼펫은 가장 애용되었던 악기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트럼펫처럼 귀에 친근감을 안겨 주는 악기도 없다. 그래서 너무 흔하다는 느낌이 드는 악기이기도 하지만 재즈나 팝… 클래식 등 모든 장르에서 트럼펫은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악기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트럼펫는 고대를 거쳐 바로크 시대(17,18 세기)에 그 전성기를 이루다가 고전파부터는 그 역할이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다.
왜그랬을까?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모차르트 등은 거의 모든 악기에 협주곡을 남겼지만 웬일인지 트럼펫 협주곡 만은 없다. 베토벤도 교향곡 상에서의 부차적인 화성기능으로 트럼펫을 사용했을 뿐이라고 한다. 대 작곡가들 사이에서 트럼펫은 왜 갑자기 그 역할이 축소되기 시작한 걸까?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악기의 세분화 그리고 혼과 오보에… 클라리넷 등 새로 탄생한 악기들을 장려하려다보니 관심밖으로 벗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트럼펫… 우리 귀에 매우 보편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악기이다. 크기도 적당하고 생긴 것도 평범하다. 특별히 존귀하다고 여길만한 구석은 하나도 없다. 소리의 음색은 다소 쇳소리에다 장쾌하긴 하지만 고고하진 않다.
특히 국립묘지 등에서 들려오는 애수의 트럼펫 소리는 청승맞기 조차 한다. 삶의 고상한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 트럼펫은 어딘가 너무 튀는 악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트럼펫은 가장 투명하고도 남성적인 악기이다. 즉 소리가 우직할만큼 정직하다.
고전(음악)세계의 따스한 감성을 전달하기에 트럼펫은 너무 적나라하고 튀는 강직함이 있지만 트럼펫이야말로 무성한 고전의 숲 속에서 마치 한적한 정자처럼 늘 영혼의 안식을 전달해주곤 하는, 사실은 가장 고전적인 악기이기도 하다.
트럼펫 소리…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어쩌면 시골길 덜덜거리는 버스에서 만나는 그 흔하고도 평범한 그런 보통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짓없고 진실한 대화만큼 삶의 동반을 오래 이끌어 주는 것은 없다.
하이든… 훔멜의 협주곡 등이 전하는 트럼펫 선율에 한번 몰두해 보자 어떤 아름다움이… 내면의 승화가 영혼을 찬란하게 빛내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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