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주말극 ‘닥터 진’서 열연.."사극의 매력 느껴"
"처음에 사극이란 장르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닥터 진’은 그런 것을 많이 깨 준 작품이었어요."
배우 송승헌에게 MBC 주말극 ‘닥터 진’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하는 사극인 데다 현대에서 조선시대로 건너온 천재 외과의사라는 캐릭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석 달간 ‘닥터 진’의 주인공 진혁으로 살아가면서 송승헌은 이런 부담감과 두려움이 선입견이었음을 깨달았다.
9일 신사동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그는 "처음에는 사극을 하기에 아직 내가 모자라다고 생각했다"며 "사극은 연륜이 좀 더 쌓인 후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닥터 진’을 통해 사극이 가진 매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송승헌이 발견한 사극의 매력은 이야기의 힘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만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그는 ‘닥터 진’을 하면서 느꼈다고 했다. 그로 인해 다음에 정통 사극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송승헌은 첫 사극이었지만 현대에서 온 설정이라 부담이 덜했다며 "설정 자체부터 현대 의사가 조선시대로 가서 벌어지는 일이라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첫 촬영 당시 그는 "조선시대로 건너와 모든 게 신기한 진혁처럼 나도 연기하면서 모든 게 다 신기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날이 더워지면서 두꺼운 의상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것 역시 사극이기에 겪어야 하는 고충이었다.
송승헌은 "10여년 이상 연기활동을 하면서 촬영장에서 가장 더워했던 것 같다"며 "예상했던 대로 사극이 육체적으로도 힘들다는 걸 느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드라마의 내용 면에서 그가 힘들었던 점은 영래(박민영 분)와 멜로였다.
사랑하는 여인 미나를 현대에 두고 온 진혁이 영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게 잘 납득되지 않았던 것.
그는 "일본 원작 드라마에서는 멜로가 자제돼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는 멜로가 빠지면 안되다 보니 진혁이 미나와 똑같이 생긴 영래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졌다"며 "그 부분에서 감독과 생각이 좀 달랐다"고 털어놓았다.
"진혁 입장에서는 현대에서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미나를 살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인데 감독님은 조선시대 영래 아가씨와 사랑을 해야 한다는 주의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똑같이 생겼다고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습지만 영래와 멜로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후반부 흥선대원군(이범수)이 부각되면서 진혁의 비중이 줄어든 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얘기가 됐던 부분이라 잘 알고 있었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배경이 조선시대다 보니 진혁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제한되고 대원군이 진혁을 이용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보인 면도 있지만 예상한 부분이라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며 "오히려 드라마가 흥선군의 역할로 좀 더 알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진혁처럼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어느 시대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꼽았다.
"그때가 굉장히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저는 외할머니 손에서 많이 자랐는데 중학교 때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때로 돌아갔으면 할머니한테 좀 더 잘하지 않았을까 해요."
당시로 돌아가서 새로운 진로를 택한다면 축구나 골프선수 같은 운동선수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연기자로 다시 시작한다면 연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준비 없이 연예계에 발을 들인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송승헌은 이번 작품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연기력 논란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생명을 살리는 캐릭터라 그나마 그런 얘기를 좀 덜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며 "진혁이란 캐릭터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때로 빼어난 외모가 캐릭터를 가린다는 평가에 대해 "더 연기를 잘해서 그런 얘기조차 안 나오게 만드는 게 내 일"이라고 강조했다.
’닥터 진’은 방송기간 장동건을 내세운 SBS ‘신사의 품격’과 맞대결을 벌였지만 아쉽게도 시청률에서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송승헌 역시 "시청률 대결에서 졌다"며 담담하게 결과를 인정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고 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올림픽에서 메달 딴 친구들만 칭찬해 줄 게 아니라 메달을 못 딴 친구들도 그 친구들만큼 피땀 흘렸으니 탓해서는 안 된다고. 저희도 시청률에서는 졌지만 스태프, 작가, 배우 모두 굉장히 열심히 했습니다. ‘닥터 진’을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 분들은 많지 않잖아요. 어디 가서 창피할 정도의 드라마는 아닌 거죠. 다만 MBC 파업 때문에 내부적으로 도움을 많이 못 받았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방송 초반부터 장동건과 비교를 피할 수 없던 그는 "비교 자체가 내게 과분한 일이었다"며 "그런 점에서 사실 부담이 없었다"고 자신을 낮췄다.
장동건과 비교나 시청률 경쟁보다 그에게 더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열악한 드라마 제작 현실이었다.
그는 "우리나라 드라마 현실이 배우나 스태프에게 좀 더 친절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우리나라는 일주일에 두 편을 찍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희도 5회 이후부터 방송 4시간 전인 일요일 오후 6시까지 찍었어요. 외국 사람들이 봤을 때 사실 이해를 못 할 겁니다. 이런 여건에서 해내는 한국 사람들이 신기해요. 연기자는 쪽대본이 나와도 결국 연기를 보여 드려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어요. 범수 형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해내야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 아니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송승헌은 한류스타로서 한류 열풍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그는 한류 열풍을 냉소적으로 보는 태도가 아쉽다고 했다.
"한류는 우리가 세계시장으로 나갈 좋은 기회인데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까워요. 거품이라고는 하지만 10여년 가까이 (열풍이) 유지됐어요. 그런데 자꾸 거품이라고 부정하는 얘기들이 우리나라 안에 있어요. 해외에서 온 팬들을 보면 한국이란 나라를 알고,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는데 이런 모습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아쉬움이 많습니다."
한류스타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그는 "연기자와 행복한 가정 사이에서 선택하라면 연기자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배우가 뭐 저래 이럴 수도 있지만 가정을 꾸려서 아내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큰 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액션이 가미된 영화를 검토하고 있다. 조선시대보다 더 과거로 간 영화가 될 것 같다고 그는 귀띔했다.
송승헌은 앞으로 자신을 던지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나 ‘트레이닝 데이’의 타락한 형사처럼 반전 있는 역할이 매력적이에요. 뱀파이어처럼 인간이 아닌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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