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의 회복세가 확연해지면서 이 참에 내 집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주택 구입에 관한 경험이나 사전 지식이 충분치 않은 이들은 그 과정을 미리 익혀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주택 구입의 과정 중 오늘은 인스펙션에 관해 이야기한다.
오퍼를 넣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계약에 이르면, 대체로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이 인스펙션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처음 집을 사는 사람에게 가장 생소한 것이 바로 이 인스펙션이 아닌가 생각된다. 집을 찬찬히 둘러보고 마음에 들면 가격협상 후 그냥 사면 되는 거지, 계약을 한 후에 전문 검사인(인스펙터)을 불러 소위 인스펙션(inspection/검사)을 해보고 나서 살지 말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닌가!
인스펙션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해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날 이는 하나의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스펙션의 취지는 집을 살 때, 그 집의 상태를 알고 사라,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여 알고 나서 결정하라는 것이다. 결정은 여러 경우로 나올 수 있다. 검사 결과 별 문제가 없어서 그 집을 그냥 사기로 하는 경우가 있다.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그 집이 정말 마음에 들어 그냥 사겠다고 하는 수도 있다. 문제가 있어 그대로는 사고 싶지 않고, 집을 파는 사람이 이를 고쳐주거나 수리비를 내주면 사겠다고 하는 수도 있다. 어떤 문제를 어느 수준에서 고쳐줄지는 협상의 대상이다. 수리에 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집을 안 사기로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문제가 있어 무조건 안 사겠다고 하는 수도 있다. 인스펙션은 이런 여러 경우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정보를 제공받는 일이니 거기에는 비용이 든다. 검사비는 인스펙션에 걸리는 시간을 일차적 기준으로 하여 산정된다고 이해되는데, 대개 집의 면적과 나이, 구조를 시간의 척도로 삼아 매기는 것 같다.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는 검사비가 주택의 경우 적으면 300여불, 많으면 500여불 가량 된다.
인스펙션은 집 안팎의 모든 것을 점검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는 (1)대지와 진입로, 보도 등 땅 위의 모든 시설물, (2)건물 외부 시설과 그 구조물로서의 지붕, 기초, 외벽, 바닥, (3) 지하실, (4) 난방 시설, (5)냉방 시설, (6)전기 시설, (7)배관 설비, (8)부엌 시설 및 가전 제품, (9)건물 내부 시설 및 구조물로서의 계단, 내벽 및 천장, 바닥재, 문과 창문, (10)벽난로와 난로가 포함된다. 이들 항목에 포함되는 구조물, 시설, 제품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작동해본 후, 각각에 대해 현재의 상태가 어떤지, 외관상, 기능상 문제는 없는지, 문제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시정하는 것이 좋겠는지, 그리고 그 비용은 어느 정도가 될지를 상세히 보고서로 작성하여 준다. 여기까지가 인스펙터의 역할이다.
보다 전문적인 식견을 요하는 부분은 별도의 검사를 필요로 한다. 벽이 갈라지거나 기운 경우 structural engineer(구조 역학 전문가), 지하실에 물이 드는 경우 방수 전문가, 세멘트(stucco) 외벽인 경우 stucco inspector를 불러 따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집을 사는 사람은 인스펙션 보고서를 받아본 후, 무엇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지, 무엇을 고쳐달라고 할지 또는 그 비용을 달라고 할지 결정하여 집을 파는 사람에게 통보해줘야 한다. 수리 또는 그 비용 요구를 했을 때는 원만히 합의가 되면 계약이 유지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집을 사는 사람이 계약을 유지할 건지, 해지할 건지 결정하여 알려줘야 한다. 계약서에 정한 기간(보통 계약일로부터 10일 내지 15일) 안에 문서로써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그냥 사기로 결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인스펙션 보고서의 내용은 인스펙터에 따라 많이 다를 수 있다. 유능한 인스펙터일수록 중요한 문제는 빠뜨리지 않고 짚어내되 소소한 문제는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별것도 아닌 것을 수도 없이 문제로 지적하여 결과적으로 계약을 위태롭게 만드는 인스펙터도 없지 않다. 인스펙터도 질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인스펙터는 집을 사는 사람이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개는 잘 모르므로 부동산중개인이 주선하는 예가 많다.
인스펙션에 관한 한 가지 잘못된 인식은 집에 문제가 있으면 그건 집주인이 다 고쳐줘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 법은 없다. 모든 것이 계약과 협상의 대상일 뿐이다. 수리 요구도 합리적인 것이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만, 무턱대고 다 손봐 달라고 하면, 그만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아진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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