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보스턴 근교에 위치한 클락대학의 2학년생 론 사이치는 학교 건너편 상점에서 쫓겨났다. 물건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쫓겨난 그는 “물건에 손을 댄 적도 없는데 내쫓은 이유는, 학생들이 몰려오는 것을 반기지 않아서다.

우리가 들어가면 싼 것만 사고 죽치고 앉아 시간 보내기 일쑤니 다른 손님들의 눈치가 보여서다. 그렇다면 캠퍼스 안에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매점을 차려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자”고 친구들에 제언하고 3학년때부터 매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듬해는 전국 대학생 연합회에 참석해 대학 캠퍼스에 ‘학생 직영 매점’을 설치하자는 캠페인을 벌였고, 졸업 후에는 쿠키 상점을 시작해 그것을 지난 20년간 키워 ‘영양과 건강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 카페’라는 명성과 함께 1,600개 체인점으로 성장한 ‘파네라 브레드’로 키워냈다.

스웨덴 남부 작은 마을에서 디자인을 하는 룬드그렌은 식탁을 옮기려고 자동차 트렁크를 열었다. 아무리 궁리해도 식탁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임을 깨닫고 “다리를 잘라서 접어 넣는 수 밖에 없다”고 투덜거렸다. 이후 그는 운반하기 쉽게 조립식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아이디어는 ‘IKEA’가구점으로 발전되었다.

파네라와 이케아 창설자의 공통점은 사소한 문제를 접하고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둘뿐만 아니라 무엇엔가 색다른 성취를 이룬 인물들이 한결같이 보여준 것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 노력한 점이다. 생로병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헤친 종교를 비롯해 노예제도ㆍ성차별ㆍ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도전한 위인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는 문제 해결사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리차드 스몰리는 인간이 당면한 최대의 문제점으로써 에너지ㆍ물ㆍ식량ㆍ환경ㆍ가난ㆍ테러리즘ㆍ전쟁ㆍ질병ㆍ교육ㆍ민주주의ㆍ인구 등을 들었다. 이외에도 범죄ㆍ타락ㆍ중독ㆍ정신 질환 등 인간이 존재하는 어느 구석이든 문제없는 곳은 없다.

무한경쟁의 악몽에 시달리는 시대를 살아야 하는 청소년들은 그런 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한가지뿐이라는 것을 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집중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점이다. 대학진학ㆍ전공선택ㆍ 직업선정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너의 열정을 따르라”고 귀가 따갑게 듣지만 “아무리 찾아도 나의 열정ㆍ창의성ㆍ색다름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고백이다.

그 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열정 찾기를 포기하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다. 창의성ㆍ열정ㆍ색다름 등 이 시대가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한꺼번에 찾아주는 출발점이 바로 문제의식이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불평ㆍ불만ㆍ불편 즉, 사소한 문제점에 귀와 눈을 내어주는 것이 첫걸음이다. 문제점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을 해결하려고 이리저리 노력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되고 열정이 생겨 결국은 색다른 성취를 이뤄낸다.

세상은 오늘도 그런 문제 해결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사의 삶은 항상 위험스럽다. 왜냐하면 본능적으로 게으름을 추구하는 인간이 그것을 합리화하려고 종교ㆍ과학ㆍ교육 등을 동원하여 포장ㆍ위장하는 것에 안간힘을 써왔기에, 그런 가치관에 반기를 들고 재평가ㆍ수정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씨름판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씨름판 문제점의 핵심을 꿰뚫는 자는 짜릿한 존재감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