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통합기구 세워 힘 실어줘야
다시 한인 커뮤니티 센터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14일 한인 커뮤니티 센터 건립을 위한 애난데일 회동은 의미심장했다. 한인회와 복지센터, 코리안커뮤니티센터 건립위원회(KCCW)를 비롯한 센터 건립과 관련된 핵심 한인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더 중요한 건 훼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회 의장이 이 모임을 주선한 것이었다. 섀론 불로바 의장은 무려 5시간을 이 회동에 할애했다. 한 소수계의 숙원사업을 위한 모임에 쏟은 그의 관심도는 누가 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내용적인 진전도 있었다. 센터 건립을 위한 비전과 미션, 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대강의 방향이 결정된 것이다. 한 참석자의 평처럼 “이미 역사는 만들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낙관만 할 단계는 아니다. 센터 건립에는 숱한 난제가 있음을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배웠다.
커뮤니티 센터는 그야말로 워싱턴 한인사회의 숙원사업이었다. 15만 명이나 살고 있지만 교회나 식당 외에는 모임 하나 제대로 할 공간이 없는 참담한 실정이다. 한인사회가 팽창하면서 다양한 니즈(Needs)가 생겨나고 다양한 동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그런 문화적, 사회적 욕구를 수용할 공간이 없는 현실이다.
센터 건립운동의 발의는 1996년 처음 시작됐다. 코리안 커뮤니티 센터 건립추진본부가 결성돼 6만여 달러를 모금했지만 반짝에 그쳤다. 대표성 문제와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지지부진이었다. 98년부터는 재외한민족센터 건립 운동도 전개됐지만 역시 공염불로 끝났다. 워싱턴청소년센터, 한인복지센터, 한미교육재단도 제각기 센터 건립 계획을 세웠으나 진도는 나가지 못했다.
2005년 들어 여러 단체들이 결집해 이합집산 끝에 다시 센터 건립위원회를 조직했다. 이 역시 추진 주체의 대표성 문제와 불경기 등으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 코리안커뮤니티센터 건립위원회(KCCW)가 조직됐다. 이번에는 1.5세들이 주축이다. 허나 그 뜻과 열정에 비해 속도는 나지 않고 있다. 다행히 KCCW의 노력으로 훼어팩스 카운티가 ‘바람’을 잡고 나섰다. 불로바 의장은 “한인단체가 하나가 되고 집행부가 결정되면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공은 한인사회로 넘겨졌다. 지난 경험에서 한인사회는 교훈을 얻었다. 센터 건립의 절박한 당위성과 화려한 플랜이 한인사회의 지지를 보장해주진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
향후 과제는 명확하다. 하나는 건립의 주체다. 한인사회의 대표성을 갖는 조직의 건설 문제다. 그동안 센터건립운동이 실패한 첫째 원인은 헤게모니 싸움이었다. 누가 나서면 반대쪽에서는 다리를 걸었다. 모금도 건립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동포들은 이 사업을 어떤 사람들이 계획하고, 모금하고, 추진하는지를 보고 있다. 추진 주체에 대한 신뢰가 동포사회 호응의 결정적 키포인트인 것이다.
훼어팩스 카운티는 통합된 새로운 기구를 제시했다. 정확한 목표의 설정이다. 현재 워싱턴에는 3개의 건립위가 상존한다. 두 단체는 이미 활동을 멈췄고 KCCW가 유일한 ‘현역’이다. 그동안 이들의 노력과 땀의 수고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개별의 헌신은 대의를 위해 양보돼야 한다. 그래야 범 동포사회의 호응과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두 번째는 모금이다. 센터는 결국 돈의 문제다. 땅도 사야 되고, 건물도 지어야 한다. 아니면 기존의 학교나 교회 건물을 매입해야 한다. 불로바 의장은 카운티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내역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카운티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대지나 건물 구입의 편리를 제공하거나 조닝 변경에 도움을 주는데 그칠 것이다. 적어도 몇 백만 달러가 소요되는 건립재원은 한인사회가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먼저 여러 단체에서 모금한 공익용 기금들이 센터기금으로 합일화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그랜트나 매칭 펀드를 받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한인사회의 인력과 재정이 집중되는 교회의 동참도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는 운영방안에 대한 정교한 프로그램과 재정 사용에 대한 투명성 확보다.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동포들의 참여다. 커뮤니티 센터 건립은 목적에 대한 정확한 설정, 재정 확보와 전체 한인 커뮤니티가 한마음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한 프로젝트다. 센터가 내 집이란 애착, 주인의식이 생길 수 있도록 캠페인 해야 한다. 모금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
워싱턴에 한인사회의 허브를 짓겠다는 가슴 뿌듯한 청사진은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는 좌고우면하거나,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행동할 때다. 한인들의 지혜와 양보가 동반하면 커뮤니티 센터 건립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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