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워너비 멤버..자작곡 채운 첫 솔로 앨범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SG워너비는 2000년대 중반 미디엄 템포 발라드로 가요계 흐름을 바꾼 3인조 그룹이다.
SG워너비의 성공으로 당시 ‘여자 SG워너비’ ‘제2의 SG워너비’란 수식어를 내세운 보컬 그룹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SG워너비의 히트곡을 쓴 작곡가 조영수는 몇 년간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집계 저작권 수익 1위에 올랐다.
올해는 SG워너비가 데뷔한지 10년째.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지난해 초 전 소속사와 계약을 만료한 SG워너비는 팀을 해체하진 않았지만 멤버 각자 소속사를 찾거나 군 복무를 택해 팀 활동이 잠시 중단된 상태다.
현재 김용준은 공익근무요원으로, 2008년 채동하의 탈퇴로 합류한 이석훈은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이다. 원년 멤버 채동하는 2011년 5월 솔로 활동을 하던 중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홀로 남은 김진호(27)가 최근 첫 솔로 앨범 ‘오늘-당신의 외로움과 함께이고 싶습니다’를 발표했다. 그는 그룹 엠투엠의 손준혁이 대표로 있는 뮤니트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최근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김진호는 "여러 기획사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나란 사람 자체를 드러낼 음악을 하려면 돈을 좇기보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음악하고 싶었다"며 "음반 제작자들은 아티스트에게 융통성 있게 옷을 입히려 하는데 그런 타협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이번 앨범을 자작곡 10곡으로 채웠다.
그룹에서 솔로로 나설 경우 팀에서 선보인 음악 색깔의 연결 고리를 어느 정도 갖고 가는 게 보통이지만 김진호는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해 변화의 폭이 크다.
SG워너비의 음악이 현악기 연주를 채운 미디엄 템포 발라드라면 그의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전면에 포진한 포크 풍의 노래들이다. 또 마치 소를 모는 듯 ‘워우워~’란 바이브레이션이 두드러진 일명 ‘소몰이 창법’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노래한 절제된 창법도 일련의 변화다.
타이틀곡 ‘알고있니’를 비롯해 ‘언젠가’ 오늘처럼’ 등의 수록곡들은 자극적이지 않은 사운드와 간결한 멜로디로 일관성이 있다. 특히 지난 시간을 되짚으며 써내려간 속 깊은 가사들은 나이답지 않은 무게감을 준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들의 강렬한 음악이 판치는 시장에서 단번에 귀를 잡아끌기 힘들지도 모른다.
"스스로 발돋움할 터닝 포인트인 앨범이어서 결과가 중요하진 않아요. 이 앨범으로 SG워너비 속 김진호에 대한 선입견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고 설령 팬들이 못 받아들이더라도 꾸준히 제 색깔을 적응시키고 싶어요. 노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다소 서툴더라도 자연스러운 그대로를 드러낸 만큼 ‘음악 안에서 사람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게 제겐 성공입니다."
수록곡 중엔 그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가족사진’은 중학교 1학년 겨울 세상을 떠난 아버지, 홀로 재봉일을 하며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세무사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에는 어머니와 내가 찍은 사진 옆에 아버지의 증명사진이 따로 붙어있었다"며 "어느날 그 사진을 바라보다가 5분 만에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트랙에 담긴 ‘안개꽃’은 채동하를 떠올리며 썼다.
"동하 형의 사건은 충격이었고 가슴이 아팠어요. 형이 떠날 당시 쓴 곡인데 형이 잊히는 걸 안타까워하는 팬이 많아 앨범에 담게 됐죠. 형은 안개꽃을 닮은 사람이에요. 안개꽃은 멀리서는 흐릿하고 다른 꽃을 돋보이게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온전한 한 송이의 꽃이거든요. 형도 자신의 결실이 흐릿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돋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앨범을 만들며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무척 의미 있고 애틋한 시간들이었다고 한다.
데뷔는 우연이었다. 그는 오디션을 보기 위해 기획사를 전전하지도, 수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치지도 않았다.
"어머니가 시장에서 친구에게 ‘아들이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나가 우승했다’는 말을 했는데 옆에서 들은 손님이 ‘남편이 기획사에 있다’고 소개했죠. 2003년 그 기획사에 가보니 이미 용준, 동하 형들이 있었어요. 이듬해 데뷔했는데 당시 전 고등학생이었고 몸무게도 90㎏에 육박했죠. 엠넷에서 한 첫 방송이 아직 생생해요."
그때는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좋았고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이 나오는 게 좋은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는 "SG워너비의 승승장구는 셋이었기에 가능한 순간들이었다"며 "그때 가수란 꿈을 이뤘으니 앞으로는 사람을 위한 앨범을 계속 내고 싶다. 요즘은 대중이 좋아하는 멜로디를 가늠해 곡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난 사람을 위한 노래로 공감을 불러일으켜 그게 대중성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혜롭게 줄을 잘 타서 살아남는 선배 가수가 되고 싶진 않다"고 강조했다.
김진호는 다음달 16-17일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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