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자녀 양육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들로서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인정받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고위직에 오른 여자들에게는 ‘독한 여자’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지난달 취재차 경제 전문가들이 모이는 포럼에 참석했다가 ING 캐피탈 뉴욕지점에서 수출금융부 전무로 일하는 한인 젬마 배씨를 만났다. 25년간 금융권에서 한 길을 걸어온 그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금융회사에서 한 부서를 총 지휘하는 자리에 올라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네덜란드계 금융회사인 ING 캐피탈의 미주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 600명 중 여성 간부는 배 전무를 포함해 1%인 6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성장기업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유럽 17%, 미국 15%, 아시아 국가에서는 중국 8%, 말레이시아 6%, 일본 2%, 한국은 주요 아시아 국가 중 꼴찌인 1%를 기록했다. 통계에서 알려주듯 여성 임원들의 비율은 20%를 넘지 못하고 한 자리수 비율이 대부분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학력이나 능력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일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여성이 25살이 되었을 때 학사 또는 그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이들은 30.2%로 남성의 대학 졸업률 21.5%보다 높았다. 여성들은 23세와 24세 기준 대학 졸업률도 23.4%와 27.6%를 기록, 각각 14.2%, 18.7%에 그친 남성보다 높았다.
이렇게 교육 수준이나 능력이 뒤지지 않는데도 고위직으로 갈수록 남녀 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여성들 스스로가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배 전무는 지적했다. 세 아이의 엄마였던 그는 “첫 직장 생활의 멘토라고 생각했던 여성 매니저 역시 결혼과 출산 후 직장을 떠났다”며 “진정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원한다면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자녀와 가정일에 더욱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에서 문제가 있으면 엄마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마음이 콩밭에 가게 되는 것이다. 잦은 출장과 야근도 어린 자녀와 가정을 가진 여성들에게는 장애 요인이 된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기업은 필요할 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게 현실이다.
21세기 들어 능력 있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고위직 여성들이 적은 원인을 단순히 ‘남성 중심적인 사회’로만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여성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고 발전을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여성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 한 아이의 엄마라는 이유를 내세우기 앞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실력과 성과로 공정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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