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석 먹는 미생물 또는 초고농도 산소환경 미생물.
남극의 빙하 아래에는 수천만 년 동안 두터운 빙하에 덮인 채 극한의 온도에서 빛 한줌 없이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있는 지하 호수가 150여개나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껏 누구도 이들 호수에서 생명체를 찾아낸 적이 없다.
얼마 전 러시아 남북극연구소(AARI) 연구팀이 남극 빙하 약 4,000m 지하에 위치한 보스토크 호수에서 생명체를 발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샘플의 오염 문제가 제기되며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미생물학자이자 보스토크 호수에서 1,000㎞ 떨어진 윌런스 호수를 시추하고 있는 브렌트 크리스트너 박사는 현재로선 오직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지상에서와 달리 제대로 먹을 것이 없을 것이기에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기반암에서 용해된 미네랄을 먹고 생장할 수 있도록 유기체들이 진화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자 크리스 맥케이 박사는 또 다른 가설의 하나로 지표면 아래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혐기성 미생물이 발견될 수도 있다고 본다.
“호수물 샘플에 이 녀석들이 들어있다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썩은 달걀 냄새를 풍기거든요.”
또한 과학자들은 빙하 밑의 지하호수, 특히 보스토크 호수 같은 곳에는 산소농도가 매우 높을 수 있다고 파악한다. 빙하의 표면 아래에서는 기체를 밀어내는 일종의 천연 펌핑 작용이 일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이때는 초고농도 산소환경에 적응한 신종 미생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덧붙여 맥케이 교수는 다소 기운 빠지는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는다. 어떤 생명체도 찾아내지 못하는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남극 지하호수는 빙하라는 병에 담긴 증류수와도 같아요. 생물이 살아가기에 적합지 않죠. 모든 가능성 가운데 가장 확률이 높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혹여 미생물보다 큰 생명체, 다시 말해 괴물물고기 같은 것들이 살고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걸까.
“기존 생물학적 지식으로 덩치 큰 생명체는 그만큼 많은 먹이와 산소를 필요로 하죠. 그런 종들은 생물학적 생산성이 훨씬 높은 환경에서나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다고 100%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만일 호수 속에 암석을 먹거나 초고농도 산소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들이 가득 차 있다면 이놈들을 먹고 사는 포식자가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지하 1.6㎞의 금광 등 남극 지하호수에 버금가는 가혹한 환경에서 선충이나 환충이 발견된 적이 있다.
“그런 생태계에서 선충 정도면 사자나 호랑이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됩니다.”
<파퓰러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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