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쥔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은 단발머리 맨발의 소녀, 왼쪽 어깨에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앉았고 가슴엔 환생을 의미하는 나비가 새겨졌다. 아픈 역사의 무게를 감당하며 먼 곳을 응시하는 ‘평화의 소녀상’- 글렌데일 위안부 기림비가 마침내 세워지게 되었다. 글렌데일 시의회는 9일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소녀상 디자인을 최종 승인했다.
이날 공청회는 가주한미포럼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기림비 건립의 마지막 관문이자 어려운 시험대였다. 지난달부터 시의회에는 반대하는 일본인들로부터 300여 통의 이메일과 편지가 쇄도했고 공청회장에도 80여명의 일본계 주민들이 참석해 거세게 항의했다. 시의회측이 “간소한 기념비가 이처럼 격한 소동을 부르다니 놀랍다”고 말했을 정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왜곡된 역사관이었다. 이날 발언대에 선 상당수 일본인들은 미국에서 교육받은 전문직인 듯 했는데 하나같이 ‘위안부’ 제도의 부당성 자체를 부정했다.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 날조”이고 “자발적으로 갔던 매춘부들”이며 “반 일본 선전”에 의해 “날조된 일본역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참석 한인들은 일본계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지만 원색적 발언에 말려들지 않고 “위안부는 여성과 인권에 대한 문제이고 기림비는 앞으로 평화와 화해를 이루자는 약속이며 평화와 화해는 진실에 대한 인정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항의자들의 역사 왜곡을 일축하고 4대1 표결로 기림비 건립을 최종 확정시킨 시의회는 “14세 소녀가 자발적으로 갔다니 말이 되느냐?”며 “일본은 역사의 진실에 눈을 뜨고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글렌데일 시가 ‘위안부의 날’로 선포한 7월30일 글렌데일 중앙도서관 앞에서 제막될 소녀상의 메시지는 끔찍한 인권침해의 희생자들이 아픔을 딛고 기원하는 자유와 평화다. 참혹한 ‘인종 대학살’의 역사를 가진 아르메니아계 글렌데일 시의원 아라 나자리안은 기림비 건립의 의미를 이렇게 강조했다 : “어느 나라를 벌하자는 게 아닙니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비인도적 행위를 기억하자는 것입니다” 이번 기림비가 일본인들에게도 항의에 앞서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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