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글렌데일에 특별한 소녀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꿈쩍 않고 앉아서 역사를 증언할 소녀, ‘평화의 소녀상’이다. 2차대전 중 일본제국군의 성노예로 끌려가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던 피해여성들의 참혹한 고통을 널리 알리고, 일본이 이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위안부 기림 조형물이다.
지난달 30일 제막된 ‘평화의 소녀상’은 몇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우선 미 서부지역에서 공식적으로 세워진 최초의 위안부 기림 조형물이라는 상징성이다. ‘최초’는 제2, 제3의 등장을 전제로 한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여성의 가장 기본적 인권이 처참하게 찢겨나갔던 비극이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서 위안부 이슈는 계속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글렌데일 조각상은 또 해외에 세워진 첫 ‘소녀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평화의 소녀상’은 한국에서 2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수요 집회의 구심점으로,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에 대해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미국으로 건너온 ‘소녀상’의 역할은 보다 광범위해졌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민족 사회에서 범여성 인권을 강조하는 상징물로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소녀상 제막은 한인사회 풀뿌리 운동의 성과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일본계의 집요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가주한미포럼 등 관련 단체들의 헌신, 그리고 가두모금에서 1달러, 2달러를 보태며 관심을 표명한 수많은 한인들의 성원이 소녀상 제막이라는 결실을 가능하게 했다. 주류 미디어들의 비중 있는 보도는 커뮤니티가 거둔 또 다른 성과이다.
종군 위안부 문제는 미국사회에서 이슈로 자리매김 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이제 홀로코스트와 같은 범인류 차원의 인권문제로 뿌리 내리는 과제가 남아있다. 2007년 연방하원 결의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위안부 제도는 잔인성과 규모 면에서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이라고 결의안은 규정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미국사회에 널리 알리는 작업에 힘을 모아야 하겠다. 그래서 일본정부가 더 이상은 역사를 부인하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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