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 하얀 가운과 청진기를 끼고 살아온 노 의사가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영문 역사서를 냈다. 의업(醫業)과는 생소한, 수천 년 전 청동빛 역사 속으로 뛰어든 이는 이돈성 전 조지타운대 의대 교수(73). 이 전 교수는 최근 ‘Ancient History of The Manchuria’를, 그의 호이기도 한 ‘모솔(Mosol)이란 이름으로 펴냈다. 약 600페이지에 이르는 ‘만주의 상고사’는 한민족의 역사적 연원인 만주지역에 정밀하고 새로운 시각의 청진기를 갖다 대었다. 단군조선과 기자조선, 위만조선, 고죽국, 동호 등에 관한 다양한 사료와 사실(史實)을 근거로 만주가 고구려 이전의 고대부터 한민족의 땅임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한(漢)나라가 설치한 한사군이 한반도가 아니라 산해관에서 위만조선에 이르는 길에 설치한 일종의 군사캠프라고 주장한다. 사마천의 사기의 ‘조선열전’에 등장하는 위만조선의 수도 왕검성은 현재의 평양에 아니라 요동의 조양이라고 해석한다. 패수도 대동강이나 청천강이 아니라 산해관 인근의 작은 하천인 현재의 대석하라고 비정한다. 또 한민족을 이르는 ‘백의민족’은 중국의 고대국가인 상(商)의 풍습으로 상나라도 고대 한민족이 세운 나라이며 부여도 위만조선이 망하기 전의 우리 땅이라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역사는 공맹의 도를 좇는 유학자들의 중국 황실 편찬 사서에 대한 맹종과 일본의 왜곡으로 인해 그 사실(史實)이 잘못 알려진 게 너무 많다”며 “중국 등의 보다 다양한 사서와 사료들을 찾아 역사를 좇다보면 만주는 우리가 잃어버린 땅이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이돈성 전 교수가 생명을 구하는 의사의 길에서 길 잃은 역사의 길라잡이로 나선 계기는 동국대 윤내현 교수의 저서 ‘한국 고대사 신론’을 접하고부터. 어려서부터 철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중국의 역사서를 섭렵하며 잃어버린 한국 상고사의 의문점을 풀기 위해 파고들었다. 85년부터 만주를 세 차례 답사하기도 했다. 그는 “저같이 자연과학을 한 사람은 체계적이고 과학적 분석을 중시하는데 한국의 역사에는 고칠 곳이 너무 많았다”며 “영문 책을 낸 것도 세계에 한민족의 역사를 바로 알리려는 뜻”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만주와 한민족의 관계를 다룬 첫 영문 역사서인 그의 저서는 아마추어 재야 사학자의 수준을 뛰어넘은 역작으로 평가된다. 이돈성 전 교수는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강릉상고, 가톨릭 의대를 나와 1970년 도미했다. 인디애나대 의대 부속 마취과에서 수련하고 74년부터 2002년까지 조지워싱턴대 의대 종신교수로 있었으며 2002년부터 조지타운대 의대 교수로 있다 2010년 은퇴했다. 한미장학재단 동부지역 회장도 역임했으며 2011년 ‘뿌리를 찾아서’란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만주의 상고사’는 아마존 닷컴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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