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에 위치한 해군 복합단지(Navy Yard) 내 한 사령부 건물에서 16일 오전 총격사건이 발생해 최소 13명(용의자 포함)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관련기사 2·6면>사건 용의자 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나 경찰이 무장한 1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히면서 DC 전역과 연방 의회, 펜타곤(국방부 청사) 등의 경비가 대폭 강화되는 등 큰 혼란이 이어졌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곳이 의회 의사당에서 1.5 마일, 백악관에서 3.5마일 떨어진 도심 인근인데다 9·11테러 12주년이 막 지난 시점이어서 수도권 주민들은 또다시 ‘테러 공포’에 떨어야 했다. 국방부와 해군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내 해군체계사령부(NAVSE)에서 2명의 괴한이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해 1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망자들의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부상자 중 8명은 민간인이고 1명은 DC 경찰, 또 다른 1명은 네이비 야드 내 장교로 알려졌다. 흑인인 용의자중 한명은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사망했으며 다른 한명은 현재 수배중이다. 사망한 용의자는 뉴욕 출신의 애론 알렉시스(사진, 34)로 최근까지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거주한 해군 컨트랙터(민간 계약 근무자)로 확인됐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알렉시스는 2010년 포트워스에서 총기 발사 혐의등 수건의 사고 후 2011년 1월 해군에서 제대했다. 수배중인 용의자는 40에서 50대 흑인으로 5피트 10인치 신장에 180 파운드의 체격으로 올리브 색의 군복에 장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복합시설에 고용된 민간인인 테리 더햄은 이날 오전 8시15분께 3층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복도 건너편 40야드 밖에서 총을 든 괴한을 발견했다. 괴한은 더햄을 비롯한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으나 다행히도 빗나갔다. 더햄은 “용의자는 키카 크고 검은 피부였으며 제복 차림에 소총을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더햄의 동료인 토드 부른디지는 “괴한은 무표정한 모습이었다”며 “아무런 말이 없고 조용히 총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인 패트리카 워드는 사건당시 복합시설내 카페테리아에서 모두 7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술회했다.
네이비 야드에서 근무하는 팀 지러스 해군장교는 총성이 요란하지 않고 ‘숨죽인 듯’했다고 말했다. 지러스는 CNN에 나와 “작은 컬리버 화약총이 발사된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빈센트 그레이 DC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격 사건의 동기와 관련해 “이번 사건은 독립된 사건으로 테러라고 믿을만한 정황은 없다”면서 “하지만 테러와의 연관성을 배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총격 사건은 9·11테러 발생 12주년에 즈음해 주요 도시의 치안이 강화된 상태에서 수도의 군 시설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미국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직후 연방수사국(FBI)이 즉각 조사에 나섰으며,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사건을 담당했던 법무부 산하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전문가들도 현장에 급파됐다.
월요일 출근시간대 워싱턴DC 동남지역 일대의 교통이 완전히 통제됐고, 인근 연방의회 의사당에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펜타곤 등 공공건물의 경비가 대폭 강화됐으며 특히 워싱턴DC 내 레이건공항의 항공기 이륙도 한때 금지됐다. 주변 학교에는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고 워싱턴 내셔널스와 애틀란타 브래이브스와의 경기도 연기됐다. 약 3천명이 근무하고 있는 해군 복합단지에는 함정과 잠수정 등의 건조 및 유지·보수를 맡는 해군체계사령부와 해군참모총장 숙소 등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금융위기 5주년을 맞아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총격 사건을 “비겁한 행동”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총격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런 비겁한 행동을 한 사람이 누구든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또다시 총격에 의한 대량살상 사건에 직면했다”면서 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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