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그리그 레이스 시작 직후 넘어지는 악몽에 눈물
▶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호주의 대니얼 그리그는 4년을 준비한 레이스에서 단 10걸음도 못가고 넘어져 메달 꿈이 날아가고 말았다.
4년간 노력의 성과를 제대로 쏟아붓지도 못하고 땅을 친 선수가 있다.
호주의 대니얼 그리그(23)에게 10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그리그는 1차 레이스에서 10걸음도 채 안 돼 넘어지고 말았다. 빙판에서 뛴 것은 약 3초에 불과했다.
절망한 그리그는 몸을 웅크린 채 한동안 빙판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뒤늦게 몸을 털고 일어났지만 같은 조에서 출발한 선수는 그리그보다 한참 전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격려의 박수를 받으며 뒤늦게 빙판을 도는 그리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듯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경기를 마친 뒤 그리그는 “스케이트 날이 빙판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가 겨우 위기를 넘긴 줄 알았는데 다시 발을 세게 디디는 바람에 넘어졌다”며 “좋은 결과를 모두 망쳐버렸다”고 서러워했다.
최근 4년간 매서운 성장세를 보인 그리그는 호주의 희망으로 꼽히던 선수다. 지난달 일본 나가노에서 펼쳐진 국제빙상연맹(ISU)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휩쓴 그는 올림픽 대비 훈련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미셸 멀더(네덜란드)를 앞지르기도 했다. 경기 전날 훈련에서는 초반 100m 성적을 자신의 최고 성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소치에선 지나친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의 시작하자마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경기 후 그리그는 “스케이트 선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뼈아픈 일”이라며 “최근 들어서야 스피드 스케이팅이 내 종목이라고 느꼈는데….”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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