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인사회 성금 캠페인 ‘사랑의 쌀’ 2013년 결산을 공고하는 19일의 회견장은 빈약한 결산내역과는 대조적으로 관계자간의 고성과 언쟁이 소란스럽게 난무했다. 불우이웃 돕기 행사를 주관하는 교계지도자들이 보인 공식석상에서의 상호비난전도 민망스러웠지만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수준미달의 결산보고다.
‘사랑의 쌀’은 한 가정 10달러의 기부로 당장 생계가 힘든 이웃에게 양식을 전하기 위해 경제 불황기에 시작된 소박한 자선행사다. 지난해 거둔 성금 총액도 7만5,000여달러에 머물렀다. 캠페인을 주관하는 교계가 자원봉사로 성금 전액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한다 해도 그 수혜범위가 별로 크지 못할 소규모의 이웃돕기다.
그런데 성금 중 실제로 쌀을 구입한 비용은 4만8,000여달러, 64%에 불과했다. 활동비, 광고비, 행정비 등 30여%가 집행경비로 지출되었다. 무슨 활동을 하느라 5,500달러를 썼는지, 무슨 행정을 하느라 4,000달러 넘게 썼는지…영수증 등 증빙서류는커녕 지출내역 자체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결산 내역만이 아니다. 그동안 ‘사랑의 쌀’ 분배를 둘러싼 석연치 않은 루머는 끊임없이 나돌았다…일부 교회에선 교인들에게 무작위로 분배되었고, 하숙집 주인이 몇 포씩 받아다가 자신의 ‘영업’에 사용하기도 했으며, “나눠주라는데 줄 대상이 없다”고 부담스러워한 교사도 있었다.
커뮤니티가 공동의 이익이 걸린 사업을 추진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공동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선 성금모금이 필요한데 올바른 성금문화는 성금관리자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활성화되기 힘들다. 신뢰의 필수요건은 두 가지 - 성금목적에 부합하는 정당한 분배와 남용 없이 투명한 재정관리에 대한 결산내역 공개다.
가난한 이웃이 아닌 ‘아무나’에게 인심 쓰듯 가져가게 한다는 ‘사랑의 쌀’ 행사, 거둔 돈의 30% 이상을 경비로 지출하고 그 내역조차 공개 안하는 성금 모금에 대해, 과연 계속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이제는 진지하게 재평가를 내려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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