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또 대형참사가 터졌다. 수학여행 가던 고교생 등 475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해 근 300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 사흘째로 접어든 구조작업이 지지부진 하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시시각각 낮아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경주의 리조트 건물이 무너져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사망하더니 이번에는 대형 카페리가 뒤집어져 어린 학생들 수백명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IT 강국’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라며 자랑을 일삼는 고국의 현주소가 이런 것인지, 이렇게도 허점투성이 인지 참담할 뿐이다.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이다. 쓰나미나 태풍 같은 불가항력의 재해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정해진 해로를 따라 매주 2번씩 운항하던 6,800톤 급 대형선박이 갑자기 침몰하고 캄캄한 밤중도 아닌 아침 시간에 승객들은 구조의 손길도 느껴보지 못한 채 어이없이 물속에 잠겨버렸다. 안전불감증에 더해 재난대응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결과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사고 위험을 높인 요인들은 드러났다. 우선은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이다. 침수사고 직후, 배의 구조를 잘 아는 이들이 승객들의 대피를 지휘하고, 구명정을 활용해 탈출시켰다면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승객들에게 ‘선실에서 대기하라’고 한 이들은 제일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 안전에 대한 인식 부재에 앞서 승무원으로서의 기본적 임무를 내팽겨 쳤다.
선박의 구조 변경 또한 사고위험을 키웠을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박회사는 탑승 정원을 늘리기 위해 객실부분을 증축했고, 이로 인해 배가 기울 경우 복원력 상실로 사고를 키웠을 수가 있다. 수익을 위해 안전에 눈감은 대가를 승객들이 목숨으로 치르고 있다.
정부 당국의 사고 수습도 미흡했다. 조난 신고를 접수하고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 구조 작업이 지연됨으로써 인명을 구조할 중요한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다. 모두가 흥분해서 우왕좌왕할 뿐 재난 대응체계를 제대로 가동시키지 못했다.
실종자들이 생환하지 못할 경우 이번 참사는 최악의 해상 참사가 될 수 있다. 열일곱 무고한 학생들의 억울한 희생, 그 부모들이 겪는 단장의 슬픔을 한국정부는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안전대책이 이래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고국에서 두번 다시 이런 후진국 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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