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인사회에 우울증에 의한 자살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 초 20대 한인여성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투신자살한데 이어 이달 초에는 컬럼비아대학에 재학 중이던 한인 치대생이 실종 33일 만에 허드슨 강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한인 치대생이 우울증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인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들은 우울증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정신병의 일종으로 치부해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한인사회 특유의 문화가 우울증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는 한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미정신건강협회(KABHA)의 배영서 부회장은 “우울증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한인사회 전체에서 ‘만성 무기력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이 역시 장기적인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한인 커뮤티니 차원의 해소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성인과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임상진단 결과 우울증으로 판명되는 만큼 현대사회의 흔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진단기준이 다소 상이한 한국은 우울증 발병률 수치가 다소 낮게 나오고 있음에도 불과하고 우울증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까지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자살 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고 뉴스, 사진 등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불특정 다수의 한인들이 집단 무기력감, 상실감, 죄책감 등을 호소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맨하탄 소재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서 심리학 전문의로 근무하는 제이콥 함 박사는 “세월호 참사의 경우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약자인 미성년 학생들이기 때문에 성인들이 느끼는 공동의 죄의식이 무척 큰 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함 박사는 “이를 계속 곱씹으며 고인들을 기억하는 것이 죄책감을 더는 행위라고 무의식적으로 간주하게 돼 장기적인 무력감과 우울증에 노출될 수도 있다”며 “주변인들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고 사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회복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제 우울증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나를 포함한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감기와 같은 질병이지만, 내버려두면 언제라도 비극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한인사회 모두가 우울증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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