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먼저 잃는 일을 ‘참척’(慘慽)이라고 한다. 참척의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 힘들다. 그래서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이런 슬픔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식을 앞세웠다는 자책과 고통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자칫 부모들의 삶마저 피폐해질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우리 주위에는 슬픔과 그리움, 분노와 자책감 등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공익활동과 봉사 등을 통해 승화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22년 전 4.29 폭동 때 코리아타운을 지키겠다며 나갔다가 폭도로 오인돼 총격을 받고 사망한 이재성군 어머니는 10만달러를 출연, 아들을 기리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아들이 숨진 정황에 얼마든 분노할 수 있었지만 이군의 어머니는 이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기를 거부했다. 어머니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아들은 아주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지난 5일 시애틀 퍼시픽 대학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이 학교 재학생 폴 이군의 가족이 이군 추모를 위해 총기폭력 방지재단을 출범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심리학을 전공해 정신병 등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돕겠다던 이군의 평소 소망을 기리고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가족들은 밝히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어처구니없는 범행으로 귀한 아들을 잃은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군의 부모는 범인에 대한 증오와 슬픔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공익재단 출범은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사랑의 표현이다. 그리고 이것은 깊은 고통의 극복을 위한 치유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군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사회는 자녀를 잃은 고통을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킨 용기 있는 부모들에 의해 개선돼 왔다. MADD(음주운전을 반대하는 어머니들)같은 단체가 대표적이다. 아무쪼록 이군을 기념하는 재단이 공익에 기여하는 단체로 커갈 수 있도록 한인사회가 꾸준한 관심과 후원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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