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찾았다. 14시간의 긴 비행 끝에 지구 반대편 한국 땅을 밟은 교황은 빡빡하게 짜인 일정을 소화하며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비록 공간적으로는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실시간으로 한국 뉴스를 접하는 미주 한인들에게 교황의 방한은 마치 그가 우리 곁으로 찾아온 것 같은 흥분과 감격을 안겨준다. 매일 어둡고 짜증나는 모국뉴스만 접하다 방한한 교황의 인자한 얼굴을 보니 모처럼 마음이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하는 한인들도 많다.
교황의 방한은 분명 축복이요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의 방한은 단순히 경사스러운 이벤트가 아니다. 그 이유는 그가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전해 온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직접 우리에게 들려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교황은 일생을 통해 일관되게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을 가르침과 행동을 통해 역설해 왔다.
“삶을 발코니에서 바라보지 말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 속에는 그의 가르침이 응축돼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사변적인 논쟁이나 멀리 떨어져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는 동정과 연민이 아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친구가 되어 주라는 실천의 복음이다.
이 같은 교황의 메시지가 특정 종교에만 국한될 수는 없다. 미주 한인사회에는 수천개의 교회가 세워져 있다. 한인 교계는 외형적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뤘지만 그동안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다. 교황에 대한 개인적 인식은 다를 수 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 속에 들어 있는 보편적 가치는 기독교의 핵심과 본질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교황이 방한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가 한인들 개개인에게 “나는 발코니에서 삶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또 교계 역시 종교의 사회적 사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무쪼록 78세 교황의 한국 방문이 상처받은 한국사회의 수많은 영혼들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와 위로의 여정’으로 마무리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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