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인 가장이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에 거주하던 이종훈씨(50)가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9일은 추석 다음날이자 9월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 하루 전이었다.
이민생활 20여 년째로 미 트럭킹회사에 10년간 근무해왔으나 빚으로 인한 파산과 생활고, 네일살롱에서 일하던 아내의 건강악화 등 어려움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장례비용과 함께 유서를 남겼다. 피에 얼룩지고 불에 그을린 채 주머니 속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주제넘게 문제를 너무 많이 일으켜서 나 혼자 가면 와이프와 자식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니까 다 같이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한인사회는 수많은 민족이 모인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인종별로 자살률이 가장 높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한인사망자 100명당 4명은 자살이 원인으로 집계되었다. 1.7명인 백인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자살 공화국’으로 불리듯 ‘자살 커뮤니티’로 각인될까 우려된다.
한국의 자살은 3건 중 1건이 ‘동반자살’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살해-자살(murder-suicide)로 표현하지만 한국에선 ‘일가족 동반자살’의 개념이 강하다. 생명경시 사고와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기댈 수 있는 사회안전망 부족 등 일반적인 자살의 원인 외에 ‘가족 살해-자살’이 잦은 이유로 꼽히는 것은 ‘지나친 가족주의’다. 특히 부모와 자식을 하나로 보는 가족 중심적 사고가 너무 강해 “나 없으면 누가 돌볼 것인가, 차라리 함께 죽겠다”는 그릇된 판단에 이르게 한다.
주변 사람들에 의하면 이씨의 아들에 대한 사랑도 각별했다고 한다. 고교 콘서트밴드에서 활동했던 16세 아들과 엄마의 행복했던 때의 사진 속에 밝은 미래가 담겨있는 듯 보여 남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가족에 대한 ‘살해-자살’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힘든 범죄일 뿐이다. 가족에 대한 집착은 강하면서도 자신과는 다른 그들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그릇된 인식이 빚어낸 참사다.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어선 안 될 이번 비극이 배우자와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는 민주적 가족가치관을 익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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