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 다큐멘터리 ‘자, 이제 댄스타임’ 조세영 감독
“낙태가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내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당시에 느낀 그 감정의 기억들을 관객들이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목적입니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맨하탄에서 열린 ‘첼시국제영화제’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자, 이제 댄스타임(Let’s Dance)’으로 뉴욕 관객들을 만난 조세영(35·사진) 감독은 낙태를 경험한 실제 한국 여성들의 인터뷰에 극영화를 효과적으로 삽입한 독특한 연출방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제5회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대상, 제16회 서울 국제여성 영화제 ‘새로운 물결’ 상, 2014 인디다큐페스티벌 ‘올해의 초점’ 상을 연이어 수상하고 뉴욕을 방문한 조 감독은 "2009년 한국 여성의 성폭력 문제에 관한 첫 번째 장편을 연출하며 여성의 몸을 매개로 한 ‘고통’이란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국사회에서 낙태문제가 여성에게만 일방적인 고통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짚어보고자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실제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은 모자이크 뒤편에 앉아 낙태 당시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의 기억들을 담담하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풀어간다. 하지만 중반으로 치닫을 무렵 그들을 꽁꽁 감싸고 있던 모자이크가 어느 순간 사라지며 낙태여성들은 관객들의 탄성 소리와 함께 맨 얼굴을 드러낸다.
"영화를 기획하고 약 1년간 인터뷰 대상자를 모집했다"는 조 감독은 "연출방향을 미리 밝히긴 했지만 얼굴을 드러내자고 따로 설득하지는 않았다"며 "결국 출연자들 스스로가 낙태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억압된 몸과 마음이 자유롭길 바라며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임신과 낙태는 여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화제에서 남성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한국사회의 현실을 꼬집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낙태에 대한 판단은 최대한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낙태의 문제는 단순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과 이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책임과 고통을 나눠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천지훈 기자> 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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