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전·호기심에 시작… 생활비·수업료 탕진도
샌디에고에 유학을 온 어학연수생들이 문화적 고립감 등으로 인해 도박이나 마약 등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생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ESL 과정에 등록해 수업을 하는 학생들과 사설 어학원에 등록한 학생들로 구분된다.
이 중 일반 사설 학원들은 카운티 내 다운타운에 집중되어 있다.
엘 유학원의 김경탁 원장은 “다운타운은 공항과 인접해 있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이점 등으로 인해 일반 사설 어학원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고 설명했다.
어학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다운타운 지역에 있는 어학원 수는 한인이 운영하는 것까지 포함해 총 14곳에 달하고 있다.
이들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들어오는 한인 학생들은 6개월 미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학생들은 초기에는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수업에 열중하지만 점차 시간이 흘러가면서 무력감에 빠지고 이로 인해 탈선에 이르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올드타운에 있는 A어학원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대부분 유학생들이 처음에는 수업에 열심이다가 점차 시들해진다”며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단시간 내에 영어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무력감과 상실감으로 인해 당초 계획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경우가 꽤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우 유학생들이 쉽게 빠져드는 것이 ‘도박’이다.
올 초 어학연수 목적으로 샌디에고에 와 어학원에 등록한 김모양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실력이 크게 늘지도 않고 주변에 친구도 없어 외롭게 지내다 평소 알고 지내던 또래 친구들과 카지노에 갔다가 저와 같은 유학생들이 꽤 많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 샌디에고 카운티에는 34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유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8번 동쪽과 15번 북쪽에 있는 B카지노와 P카지노다.
남자 유학생들의 경우 아예 생활비는 물론 학원 등록비까지 탕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대기업의 자제인 심모씨는 심심풀이로 친구들과 카지노에 갔다가 도박에 빠져 한 달 치 수업료와 생활비를 모두 탕진했다.
백모씨는 카지노에서 ‘바카라’라는 게임에 빠져 꼬박 이틀을 보내며 가지고 있던 현금은 물론 신용카드에서 인출한 돈까지 모두 탕진했다.
유학생들의 또 다른 유혹은 마약이다.
한국에서 대학 3학년생인 김모군은 “졸업을 1년 앞두고 영어를 배우러 유학을 왔지만 막상 현지에 와보니 생각처럼 회화 실력도 늘지 않고, 미국 친구들을 사귀기도 쉽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김군은 “(이런 이유로) 처음에는 같은 유학생들과 서로 대화하면서 외로움도 해소하고 현지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자주 만났다”며 “그러다 점차 술 먹고, 놀러 다니다 결국에는 호기심으로 마리화나를 입에 댔다”고 운을 뗀 후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한인 유학생들이 주변에 꽤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유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 이들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어학원을 다니면서 개인회사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유모씨는 “대다수 학생들은 정말로 열심히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무급 인턴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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