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실시된 중간선거 결과는 한인사회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인 정치진출의 불모지였던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와 캘리포니아 주 하원에 당선자를 배출했으며 다양한 지방정부 공직에 여러 명이 당선됨으로써 한인사회의 확장된 정치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미셸 박 스틸 조세형평국 부위원장의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당선은 한인사회의 정치적 갈증을 풀어준 쾌거로 꼽힐만하다.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는 예산 규모와 역할 등으로 볼 때 대도시 시의원에 버금가는 비중을 지닌 자리다. 한인사회는 그동안 중량감을 지닌 정치인의 탄생을 고대해 왔다. 한인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의 탄생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며 정치 도전을 꿈꾸는 다음 세대들에게 희망의 표상이 되기에도 충분하다.
영 김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의 당선도 수퍼바이저 탄생 못지않은 경사다. 특히 영 김의 당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주류사회까지 관심을 갖는 정치적 이변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현역 의원을 꺾은 것이 그렇다. 정치에서 현역 프리미엄은 대단하다. 처음 정치도전에 나선 후보가 현역을 꺾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김 후보는 불리한 판세와 비관적인 전망을 당선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캠페인 막바지에 쏟아진 민주당 차원의 네거티브 공세를 이겨내고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전반적으로 공화당 강세였다. 미셸 박과 영 김 등 두 한인 여성후보가 거둔 승리에는 공화당 후보라는 배경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그러나 정치 도전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후보 자신이다.
미셸 박과 영 김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보면 이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들은 조세형평국 위원으로, 그리고 연방의원 보좌관으로 오래 일하면서 정치적 경험과 식견을 쌓았다. 이에 더해 유권자들에 효율적으로 다가서는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여기에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두 사람이 당선 후 “한인사회의 격려와 지원이 없었다면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 것은 결코 빈 소리가 아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이어진 ‘최초’의 쾌거들은 ‘후보의 자질’ ‘효율적인 선거전략’ ‘한인사회의 지원’이 삼박자가 돼 거둔 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한파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이 8선에 성공한 데도 이런 승리 방정식이 작동했다.
이번 중간선거 성적표는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후보들의 약진이다. 북가주에서는 제인 김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이 가볍게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의 성공은 정치인들에게 세심함과 공감 능력 같은 감정적 자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또 1.5세인 김 후보와 1세인 미셸 박 후보의 당선, 그리고 역시 이민 1세인 최석호 어바인 시장의 재선은 정치를 꿈꾸는 다음 세대들에게 고무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정치 도전을 하는데 있어 인종과 젠더, 그리고 세대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유권자들의 심판은 끝났다. 당선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의 축하를 전한다. 아무쪼록 당선자로서의 초심을 잃지 말고 유권자들의 권익과 지역구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줄 것을 당부한다. 그것은 당선자 개개인의 정치적 장래뿐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
또 낙선자들에게도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무런 의미 없는 실패란 없다. 이번 실패의 교훈을 다음의 더 큰 도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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