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샤핑몰이 북적거리는 연말이다. 한인타운에서는 이번 주말부터 송년모임이 줄을 잇는다. 동문회, 향우회, 소속 단체나 직장 등 살면서 맺어온 여러 인연들을 새삼 확인하고 친목을 다지는 계기이다. 쫓기듯 바쁘던 일상을 잠시 밀쳐두고 반가운 얼굴들과 마주해 웃음과 이야기의 꽃을 피우다 보면 고단하던 삶에는 어느덧 새로운 활력이 채워진다. 그래서 기쁘고 즐거운 연말, 하지만 그래서 더욱 쓸쓸하고 우울한 연말을 맞는 이웃들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웃들이다.
한인 봉사단체들이 불우이웃을 돌아보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예를 들어 파바 월드는 본보 후원으로 오는 13일 다운타운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한인가정상담소는 LA카운티 아동보호국이 보호하는 위탁아동들을 위해 파티와 선물을 준비 중이다. 사회의 변방으로 내쳐진 그들에게 한끼의 식사, 한번의 파티가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번’이 노숙자와 위탁아동들에게 사회적 온정을 느끼는 기회가 되고, 봉사자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체험하는 기회가 된다면 의미가 있다. 봉사 참가자들이 대부분 학생들이고 보면 한번의 봉사 경험은 평생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흥청대는 연말 분위기 때문에 소외감이 더욱 깊어지는 이웃은 노숙자나 위탁가정 아동들만이 아니다. 동문회 회원들 중에도, 향우회 회원들 중에도, 교회 교우들 중에도 삶이 힘겨워 절망감에 시달리는 이웃들이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곤란이 심각한 동문도 있고, 지병으로 고통 받는 동향 친지도 있을 수 있다. 송년회가 한바탕의 스트레스 해소 차원을 넘어 의미를 가지려면 이들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사랑의 실천이 필요하다.
나눔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관심을 가지면 누군가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오고, 눈에 들어오면 우리가 무엇을 나눠야 할 지 알게 된다. 송년모임 비용을 아껴 불우 이웃돕기에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질적 나눔만이 나눔은 아니다. 하루 종일 전화벨 한번 울리지 않는 독거노인도 있고 거동이 불편해 시장을 못 보는 이웃도 있다. 따뜻한 안부전화, 시장 한번 봐주는 정성이 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 얼어붙은 가슴을 훈훈하게 녹여주는 나눔의 실천이 있다면 올 한해의 삶이 의미를 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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