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복면가왕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 한동안 지상파 방송3사 예능국에는 빨간불이 켜졌었다. 급성장하는 비지상파 채널의 프로그램에 밀리고, 구태의연하고 식상한 설정의 신상 프로그램은 곧바로 폐지로 이어졌다. 변화는 감지됐다. 파일럿·시즌제 프로그램부터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고, 현재 새로 선보인 예능들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며 안방극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확실한 위기의식이 가져온 변화였다. 그 중 MBC‘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SBS‘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설 특집 파일럿으로 방영된 세 프로그램은 당시의 호평에 힘입어 정규 편성됐고 현재‘대세’ 예능으로 점차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시청자를 사로잡은 세 프로그램의 매력을 살펴봤다.
■ 복면가왕 -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라
현재 가장 많은 화제성을 몰고 다니는 예능은‘복면가왕’이다.‘복면가왕’의 힘은 가면 뒤 인물에 대한‘궁금증’이다. 매회 프로그램이 끝난 뒤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기사의 댓글에는 가왕을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이 추리 열전을 펼친다. 실제 1,2대 복면가왕에 오른‘황금락카 두통썼네’와 3대‘딸랑딸랑 종달새’의 존재가 그룹 에프엑스의 루나와 진주로 후보가 좁혀진 바 있다. 그들이 가면을 벗을 때 그 짜릿함은 배가됐다. 추측이 사실이 되며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안긴 것.
‘복면가왕’은 여타 노래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8명의 출연자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노래를 부르고 청중평가단에 의해‘가왕’을 뽑는다. 그러나 여기에‘복면’이라는 장치를 덧붙이자 프로그램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스타들은 오직 가창력만으로 자신의 실력을 뽐낸다.‘복면가왕’은 출연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오직 가창력만으로 평가하겠다는 기획의도를 충실히 지키고 있다.
연출을 맡은 민철기 PD는“시청자들이 기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다르게‘저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를 찾아가면서 부담 없이 즐겨주는 것 같다”고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을 진단했다.
■ 마리텔 - 시청자와 활발하게 소통하라
‘마리텔’의 매력은 소통이다. 기본 포맷은 아이돌 스타, 개그맨, 요리사 등 매주 스타와 유명 인사들이 다음 TV팟을 통해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고 이를 TV로 방송한다. 출연자는 댓글로 네티즌들과 활발한 소통을 펼치는데 그 중‘소통의 왕’은 요리연구가이자 사업가인 백종원이다.
‘백주부의 고급진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는 그는 때때로 현란한 칼 솜씨를 발휘한 뒤“어때유? 멋있쥬?”라며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네티즌들과 친밀감을 쌓는다. 여기에 비싸지 않은 재료로 누구나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로 그야말로‘고급진’음식들을 만들어내며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유독 설탕을 많이 써‘슈가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이게 60인분이나 되는 양이라 한 그릇씩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항변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놀림이 계속되면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듯 네티즌들은 백종원과‘밀당’을 한다.
이처럼‘마리텔’의 매력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바로 소통이다. 스타들의 모습을 단지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타들과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자들은 댓글을 보며 생방송 아이템을 바꾸기도 한다. 제작진은 뒤늦게 TV로 인터넷 생방송을 접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현란한 컴퓨터그래픽(CG)과 자막과 음향 등을 덧입힌‘완성형 콘텐츠’로 정규 방송시간에 내보낸다. 다소 과한 CG로 네티즌들에게‘병맛 CG’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인터넷 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걸맞아 환호를 얻고 있다.
■ 동상이몽 - 시청자와 고민... 공감시켜라
MC 유재석·김구라의 조합으로 화제를 샀던 ‘동상이몽’은 사춘기를 겪는 학생과 부모 사이의 갈등을 관찰 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 같은 침대에 누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뜻처럼 부모와 자식의 시선이 같을 수는 없다.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다.‘동상이몽’은 출연 가족의 일상을 부모의 시선과 자녀의 시선으로 따라가 흥미를 더한다.
각자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으로 바라본 세상은 너무 판이하기 때문에 출연진들은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보며 눈물을 보이고“내가 정말 너무 했던 것 같다”며 반성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 1등에 집착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 배우를 꿈꾸는 아들과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 아이돌에 빠져 있는 딸과 그런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등 다양한 사연 속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조명하며 10대 청소년이 있는 가정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고민하고 공감할 이야기로 1시간을 가득 채운다.
현재 17살, 15살 사춘기 자녀를 둔 L씨(46세)는 “아이랑 사춘기 때문에 갈등을 많이 겪고 있는데 프로그램을 보면서 좋은 팁을 많이 얻고 있다. 무엇보다 대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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