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사각지대’ 놓인 한인노인들
▶ 마땅히 갈데없고, 의지할 곳 없어
산타클라라 노인회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타반에 노인들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다.
이스트베이 노인회 회원들이 모여 빙고 게임으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
병원•복지•차량 노인회가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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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이민역사가 올해로 112년이다.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노동자로 미국에 첫 발을 내딛었고, 이후 1960년대 초중반부터 한국인의 미주이민이 본격화됐다. 한인사회의 초창기 이민세대가 백발의 노인이 됐지만 한인사회의 노인복지 수준은 20,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자리걸음이다. 일본과 중국 커뮤니티의 복지서비스에 의존해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이에 한인사회 노인복지의 현주소와 타 커뮤니티의 대표적 노인복지 단체를 조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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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인사회 ‘더부살이하는 노인복지’
<2> 일본 ‘기모치’ 노인문제 커뮤니티가 나선다
<3> ‘온락’ 노인케어의 대표적 성공 모델
<4> ‘온락’ 크기•지원 스케일 다른 대륙의 힘
<5> 한인노인들 “노인회서 외로움은 달래지만 아픈 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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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지. 부럽고말고. 한국말로 어디 아프다고 속 시원히 말도 못하고, 통역 없인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니…”
샌프란시스코, 이스트베이, 산타클라라 노인회에서 만난 한인노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자국어를 지원하는 베이지역 중국•일본계 노인복지기관을 두고 한 말이다.
주5일 점심제공과 회원들을 위한 합창, 시민권, 영어, 체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이스트베이 노인회. 이같이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을 노인회 손으로 직접 하고 있다.
‘온락’이나 ‘기모치’는 숙련된 전문들이 매일 다양한 노인건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김옥련 회장은 “우리에겐 이런 노인복지기관이 없으니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며 “아프면 우리가 나서서 병원도 같이 가주고 메디칼•메디케어, 하우징, 소셜시큐리티 상담이나 번역도 우리가 한다”며 중국•일본계 커뮤니티의 노인복지에 부러움을 표했다.
산타클라라 노인회도 건강체조, 컴퓨터, 영어, 클라리넷, 기타, 피아노, 합창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도 역시 해당 노인회 자력으로 진행하고 있다. SF 노인회는 재정상 이런 프로그램을 유치할 형편이 못된다.
골든게이트 공원과 해안가 청소, 푸드 뱅크의 식자재 나눠주기 등 봉사에는 앞장서고 있지만 노인회 프로그램은 일주일 중 토요일에 모여 점심 한 끼를 함께 하는 게 고작이다.
김관희 SF 노인회장은 “한인 소셜 워커들이 모여 컴퓨터나 영어 등 우선 간단한 노인프로그램이라도 시작해주면 좋겠다”며 “옛날에도 조금하다 성과가 없으면 그만두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온락과 기모치를 수차례 이용해 봤다는 김 회장은 “이들 기관이 일을 시작한 건 SF 한인센터(개설 당시 ‘인력개발원’)가 1974년 문을 연 시기와 비슷하다”며 “각자 자신들의 커뮤니티 봉사를 위해 SF에 설립됐지만 이들은 이만큼 성장했고, 우리에겐 이런 기관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많은 노인들은 지속성을 지적했다. 박모(78) 할아버지는 “온락과 기모치도 우리처럼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이를 이겨내고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안다”며 “반면 우린 정부지원금이 깎이면 서비스를 아예 없애거나 펀드가 나오는 다른 서비스로 바로 바꿔버린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기모치의 경우 노인복지로 시작해 한우물만 팠다. 펀드가 삭감되면 커뮤니티가 나서 지원금을 모아 후원했고,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북가주 대표 노인복지기관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인커뮤니티에는 후원금을 낼 독지가도 노인복지기관에 관심을 갖는 한인들도 적다.
특히 노인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할 한인 소셜 워커의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베이지역의 한 노인회에 나가고 있다는 김모(73) 할머니는 “처지가 비슷한 노인들과 여기서 어울리면 외로움은 덜하지만 아픈 몸을 마음 놓고 맡길 데는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타인종 노인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최모(80) 할머니는 “죽기 전에 한국어를 하는 의사가 있고,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한인노인복지기관을 볼 수 있길 바란다”며 “누군가 나서서 첫 삽을 떴으면 좋겠지만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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