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풀러튼에서 개혁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제까지 단일 선거구제로 실시되어온 시의원 선거가 빠르면 오는 2017년부터 지역 선거구제로 바뀔 전망이다. 백인이 주도해온 시정에 소수계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인데 이같은 변혁의 바람이 20대 한인 청년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여간 고무적이지 않다. 한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 강조되어왔던 풀뿌리 운동의 또 다른 유형으로 의미가 크다.
인구 13만5,100명의 풀러튼은 주거환경과 학군이 좋아 한인들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중산층 소도시이다. 백인 일색이던 이곳에 소수계 인구가 밀려들면서 현재 아시아계가 주민의 거의 1/4, 한인인구만도 12%에 달한다. 그럼에도 선거는 기존의 단일선거구제를 고수, 최다 주민인 백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소수계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펼쳐낼 창구를 차단 당해왔다. 이의 부당함을 행동으로 지적한 주인공이 27세의 백기석씨이다.
백씨는 지난 3월 플러튼 시를 상대로 단일 선거구제를 개별 지역선거구제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 전체를 하나의 선거구로 한꺼번에 5명의 시의원을 뽑는 대신 시를 5개 선거구로 나누어 각 지역구별로 시의원을 뽑아야 주민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반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캘리포니아 선거권리법을 근거로 단일 선거구제의 위법성을 제기한 이 소송에는 미 시민자유연합 등 다수의 민권단체들이 동참했다.
소송 결과는 일단 한인 등 소수계의 승리이다. 지난 주 풀러튼 시는 원고 측 요구를 수용, 주민 의견을 수렴해 선거구제 개편안을 만든 후 내년 11월 선거에서 주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있을 공청회 등 주민의견 수렴 과정에 한인들이 적극 참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인사회의 숙원인 정치력 신장을 위해서 그간 강조되어 온 것은 차세대 정계 진출 지원과 투표 참여였다. 이에 더해 소수계 진출을 가로막는 각 지역 선거방식 개편이 병행된다면 한인 정계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다. 풀러튼에서 개별선거구제가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인구구성비로 볼 때 한인 시의원 배출은 시간문제이다. 백씨가 보여준 문제의식, 문제해결을 위해 소송을 불사하는 결단력은 배울만하다. 작은 도시 풀러튼에서 일어나는 개혁바람이 한인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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