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트클럽·사교계 등 파티 때마다 공공연히 즐겨
▶ 술과 마시면 저항불능 만들어 ‘허벅지 오프너’ 별명
뉴욕 매거진은 지난달 27일 커버스토리 표지에 수퍼모델 제니스 디킨슨 등 빌 코스비에게 성폭행을 당한 35명의 피해여성 모습을 공개했다. 36번째 의자는 비어 있는데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두려움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피해자들을 의미한다고 뉴욕매거진은 밝혔다. <사진-뉴욕 매거진>
빌 코스비.
■ 1970년대 주름잡던 ‘파티약’
몰리(Molly)를 아는가? 60년대와 70년대 히피문화에 심취했던 ‘노병’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마도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그러나 몰리의 사촌 격인 콰루드(quaaludes)라는 이름이 공개되는 순간 이들 대부분은 아마도 탄성을 내지를 것이다. 콰루드는 70년대에 가장 잘 나갔던 파티약(party drug)이었다. 1982년 이후 정부의 판매금지 조치로 자취를 감춘 콰루드를 40여년 만에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불러들인 주인공은 흑인 코미디언 빌 코스비(78·사진). 가족적이고, 소탈하며 따듯한 분위기의 TV 아이콘에서 난잡한 세기의 추물로 전락한 바로 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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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90년대 시트콤 ‘코스비 가족’으로 인기를 모았던 코스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46명의 여성에게 진정제 등을 먹인 후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코스비는 섹스를 하고 싶은 젊은 여성에게 주기 위해 언제나 이 알약을 손에 쥐고 다녔다고 한다.
장장 10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피고인 공술에 따르면 코스비는 잔뜩 눈독을 들인 어린 ‘먹잇감’에게 접근해 마실 것을 권하듯 자연스레 약을 건네주었다. 당시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
이제 막 연예계에 데뷔한 신참들에게 인기 절정의 스타인 코스비는 아마도 신과 동격으로 비쳤을 것이다.
손에 쥐어준 것이 무엇이건 ‘먹어라’면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처지였는지 모른다. 더구나 대부분의 경우 코스비는 친절하게도 커피나 물을 함께 들려주었다. 그러나 다른 피라미들처럼 상대의 컵에 몰래 약을 푼다든지 하는 따위의 좀스런 ‘반칙’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약에 취한 여성이 그의 공격에 제대로 저항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1982년에 불법화된 이 약은 40년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미 전국 각지의 나이트클럽에서 술과 함께 콰루드를 삼키는 것은 파티 개시 선언과 같은 것이었다.
1977년 당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에게 강간을 당했던 열세 살 소녀도 오스카상 수상자인 폴란스키가 배우 잭 니콜슨의 저택에서 자신에게 콰루드 반쪽을 먹인 후 성폭행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폴란스키는 미성년자 강간죄를 피해 1978년 피랑스로 도피한 이후 미국의 법망을 피해 지금까지 도망자로 살아가고 있다.
전직 플레이보이 버니이자 여배우인 홀리 매디슨은 최근 발간한 ‘토끼굴의 아래’라는 회고록에서 “휴 헤프너가 내게 한 움큼의 콰루드를 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휴 헤프너는 플레이보이 창업주다.
매디슨은 “난 개인적으로 섹스를 할 때 약을 따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콰루드는 ‘허벅지 오프너’라는 별명으로 70년대에 대박을 쳤던 약품”이라고 털어놓았다.
법정 밖 합의로 마무리된 한 건의 소송에서 코스비는 콰루드를 손에 넣기 위해 7명의 다른 의사들로부터 처방전을 받았다고 말했다.
콰루드 처방전을 요구하면 의사들은 ‘혹시 등이 아프신 것이냐’며 두 말 없이 처방전을 떼어주었다는 것. 용도를 확인하려 들지 않았던 셈이다.
코스비는 피고인 공술을 통해 “내가 콰루드를 원했던 것은 의학적 목적에서가 아니었다며 “당시 파티를 즐기던 젊은이들은 누구나 이 약을 사용했는데, 그들의 노는 광경을 보면서 나도 기회가 닿을 때에 대비해 콰루드를 갖고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코스비 측 변호인단은 그의 공술내용이 공개된 후 법원에 접수시킨 법적 문건을 통해 “콰루드는 1970년대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드러그로 ‘디스코 비스킷’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으며 성적 흥분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지 코스비가 콰루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약물 강간범’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1970년대에는 팝스타들과 부유한 사교계 인사들, 명사들과 연예인들이 상호합의 하에 성행위를 가질 때 거의 예외 없이 이를 사용했다”면서 “콰루드를 오락목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코스비뿐만 아니다”고 강변했다.
1950년대에 처음으로 제조된 합성약품 콰루드는 원래는 말라리아 치료제였다.
그러나 이 약의 놀라운 진통효과와 수면보조 효과를 발견한 의사들은 이를 다른 목적의 처방약으로 전환시켰다.
쾌락을 추구하는데 온 안테나를 집중시킨 파티꾼들은 이 약이 성적인 저항감을 해체시킨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아냈다. 술과 섞어 마시면 일종의 부드러운 환각효과까지 뒤따른다는 것이다.
술 취한 여성이 이 약을 먹으면 남성의 집적거림에 저항하기란 불가능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비몽사몽간에 일을 당하고 만다.
히피문화를 타고 급속도로 번지던 콰루드는 곧이어 술집과 개인 파티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중이 모이는 나이트클럽으로 파고들었다. ‘루드’라는 복제약이 거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콰루드에 강간약이란 오명이 따라붙자 이들을 처방해 주는 의사들은 ‘쓰레기’ 취급을 받기 시작했고 결국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판매금지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약의 제조업체인 윌리엄 로러 파머슈티칼스의 회장인 윌리엄 로러는 1981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전체 매출액에서 콰루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 2%에 불과한데 비해 모든 골칫거리의 98%가 이들로부터 나온다”며 성가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 콰루드는 사라졌지만 멕시코에서는 처방전만 있으면 아직도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코스비의 재판기록이 불거져 나오기 전까지 콰루드가 한 세대를 풍미했던 약품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지냈다.
파티약은 유행을 탄다. 물결을 지어 밀려왔다가 밀려가곤 한다. MDMA로 60년대에 인기몰이를 했던 파티 드러그도 인기를 잃었다가 요즘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신세대가 좋아하는 파티약 ‘몰리’가 새로 태어난 MDM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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