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라도 안하면 뭔 낙으로 살아"
▶ 아파트서 삼삼오오모여 화투판 SSI 며칠이면 탕진 “그래도 못 끊어”
SF 차이나타운의 한 공원에서 중국계 노인들이 모여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일부 한인 노인들도 이곳을 찾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카지노*하우스에 차이나타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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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젠장, 오늘도 잃었네.”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중심의 한 공원. 일명 중국계 노인들의 놀이터라 불리는 곳이다. 노인 60-70명이 삼삼오오모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카드와 마작 판이 벌어진다. 몇 십 센트의 판돈이 오가는 심심풀이 도박판이다. 하루 종일 해도 이긴 돈이 10달러 남짓이다. 이들 틈에서 한국어가 들려왔다. A모 할아버지는 엉덩이를 툭툭 털며 박스로 만든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틈을 타 기자임을 밝히고 차이나타운에 자주 오는지를 물었다.
버스가 올 때까지 굳은 표정을 짓던 할아버지는 계속되는 질문에 “나 말고도 오는 한인 노인들이 있다. 외롭고 심심한데 소일거리도 없고, 5달러가지고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데가 이런데 밖에 더 있냐”는 말을 남기고 버스에 올라탔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 카드 게임을 함께 한 5-6명의 중국계 노인들에게 그가 자주 오는지를 물었다. “일주일이면 5-6번은 본다. 몇몇의 다른 한인들도 온다”는 말을 했다.
심심풀이라고 하기에는 그 빈도가 높았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기본이 4-5시간 이상이라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이정도면 심각한 도박 중독 수준이다.
한 한인 노인은 “한인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F의 한 노인아파트에서도 일부 노인들이 모여 하루가 멀다 하고 화투판을 벌이고 있다”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친목수준도 있지만 돈을 따기 위한 화투판도 있다”고 귀띔했다.
800달러 정도 되는 생활보조금(SSI)을 받아 노인아파트 렌트비 내고, 남은 몇 백 달러를 카지노에서 탕진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비를 날리고 푸드스탬프와 푸드뱅크에서 나눠주는 식료품을 받아 연명한다는 것. 심지어는 카지노 밑천을 벌기 위해 식당 등에서 일하는 노인도 있다.
한 식당 업주는 “주방 일을 보는 어르신이 월급으로 목돈을 받으면 도박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는 말을 업주에게 들었다”며 “다운타운에 가면 노인들을 모셔가려는 버스들을 타고 손쉽게 도박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밴과 같은 승합차를 손수 운전해 여럿이서 정기적으로 카지노를 찾는 노인들도 있다.
도박으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진 중년의 한인 B모씨는 “도박 중독자들은 ‘100-200달러만 손에 쥐어도 카지노로 달려간다’는 말이 있다”며 “특히 베이지역 카지노 낮 시간대에는 노인층이 많다”고 말했다.
이같이 노년에 도박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C모 노인은 “갈 데가 없고, 할 게 없다”며 “산호세나 오클랜드에 비해 노인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전무한 것도 도박에 빠지도록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한 예로 SF 노인회의 전임 회장이 도박으로 몇 만달러의 공금을 빼 쓴 일도 있었다고 지적하고, 일부 노인회가 회원들을 위한 나들이를 카지노로 가 도박을 부추키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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