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가영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 칼 끝에서 피어난 연꽃, 청자양각 연판문 발
청자의 제작은 사람들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매끄럽고 아름다운 자기는 거칠고 어두운 도기를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최첨단 기술과 아름다움이 접목된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권력과 부를 지닌 상류계층의 식탁은 청자로 채워졌고 일반적인 반상기 외에도 다양한 장식용품이 하나 둘 청자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옥을 닮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도자기에 대한 열망은 곧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고, 청자의 사용계층은 점차 확대되었다. 청자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증가는 제작방식의 효율을 높이고 장식 기법이 다양하게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초기에는 청자가 지닌 고유의 질감과 색에 만족했던 사람들이 점차 다채로운 문양이 장식된 청자를 찾게 되었고 제작자들 역시 기대에 부응하여 정교한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때 고급 청자를 장식한 기법 중에는 날카로운 조각칼 등을 사용해서 표면을 조각하는 음각 및 양각기법이 있었다. 칼을 사용해서 문양을 새기는 조각[刻] 기법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기법이다. 장식하고자 하는 문양을 파내서 문양이 주위보다 속으로 들어가면 음각(陰刻), 강조하고자 하는 문양을 두고 주위를 깍아내서 문양이 도드라지게 표현하면 양각(陽刻)이라고 부르는데, 어느 방법이든 흙으로 형태를 빚은 후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면을 장식한다. 도구를 이용해서 표면을 깍아내기 때문에 기물 표면에 단차를 만드는 음각 혹은 양각 기법은 초벌구이 후 푸른색 유약을 시유할 때 유약의 고임 정도에 따라 은은한 농담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음각으로 깍아낸 면이 있다면 깍아낸 공간을 따라 유약이 깊이 고이면서 색이 더 짙어지고, 양각으로 튀어나온 면이 있다면 그 도드라진 면에는 유약이 얕게 고이면서 색이 옅어지는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도자기는 정교한 문양이 유약의 농담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우아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호놀룰루미술관이 소장한 <청자양각 연판문 발>은 청자의 섬세한 문양 새김기법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유물이다. 탄력있게 솟아 오른 그릇의 바깥면에는 균일한 크기의 꽃잎이 3단을 이루며 치밀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첫 번째 단과 세 번째 단은 똑같이 열을 맞추고, 두 번째 단이 정확히 그 사이에 위치함으로써 절묘한 균형감을 보여준다. 각 꽃잎은 중앙의 세로 잎맥이 유독 도드라진 모습인데, 이는 작은 꽃잎 하나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잎맥을 중심으로 좌우 양 면을 얇게 깍아낸 작가의 솜씨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꽃잎의 가장자리는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조각칼을 옆으로 뉘여 사선으로 면을 깍음으로써 자연스러운 유약의 농도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마치 풍성한 연꽃 봉오리가 벌어지는 순간을 묘사한 듯 한 이 작품은 꽃잎 하나하나는 물론 전체 장식에 섬세한 공간감을 부여함으로써 간결하지만 깊이감있는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확인시켜 주는 명품이다.
* 이 유물은 호놀룰루미술관 특별전 <화려함과 단아함, 호놀룰루미술관 소장 한국 도자 명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놀룰루미술관 관람 정보>
Honolulu Museum of Art
900 South Beretania Street
808-532-8700
www.honolulumuseum.org
관람료
일반 10달러
만 17세 미만 무료 입장
관람시간
화요일-토요일 10:00-16:00
일요일 13:00-17: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매주 화요일 10:00~12:00 한국어 도슨트 투어 가능
* 무료 관람일 및 휴일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하와이 한인미술협회 후원>
오 가 영
호놀룰루미술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
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객원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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