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적, 문화적 경험을 한 조각씩 맞춰 완성한 ‘조리사’라는 퍼즐
요즘 한국은 ‘요리’가 대세라고 한다. 잡지나 인터넷 블로그에는 온통 ‘맛집’ 얘기고 TV에서 최고시청률을 찍는 건 ‘스타셰프’들 몫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어떤 시대고 맛있는 음식 안 좋아하는 시대는 없었다. 그렇다면 하와이에도 한인 ‘스타셰프’가 있을까? 막연한 호기심이 생겨 한참을 찾던 중, 이 사람이 떠올랐다. 로컬 주민이 믿고 듣는다는 한국요리 강사, 그냥 요리도 아니고 ‘요리 한류’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월터 리 KCC 조리과학과 (Walter Rhee, Kapi‘olani Community College, Culinary Arts) 교수를 만나 보았다.
<윤다경 리포터>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는 지난 몇 년간 한글 큰 잔치에서 무료로 한국음식을 선보인 담당 조리사다. 조리강사, 조리과학 교수, 먹자투어 가이드, 그 외에도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그가 어떻게 한글 큰 잔치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월터(사진) 씨는 유년시절만 한국에서 보냈고, 이후로는 쭉 외국에서 지냈다고 한다. 7세 때 아버지를 따라 베트남으로 가 베트남, 중국, 프랑스, 일본 음식(베트남은 한때 프랑스와 일본의 점령지)을 접했고, 14세 때 미국 덴버로 이동해 청년기에는 코네티컷, 메사추세츠, 뉴욕, 보스턴 등 미국 내 이곳 저곳을 ‘맛봤다’. 미 국내를 여러 군데 가본 이유는 그의 학부 전공 탓이다.
월터 씨의 학부 전공은 놀랍게도 해양생물학. 여러 지역의 해양생물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내 여러 지역을 다녔다. 그런데 그 때의 그 경험이, 결국엔 지금의 ‘조리하는’ 월터 씨를 만들기 위한 퍼즐 한 조각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심지어 학부 때도 실험 끝난 해산물 먹는 게 제일 큰 재미였다고.
조리과학은 어떤 학문?어떤 의미에서 해양생물학 전공이 조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물었다. 그는, ‘조리도 과학’이라고 답했다. 내친 김에 KCC에서 가르치는 조리과학은 어떤 학문인지도 물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어떤 음식을 하든 참기름은 맨 마지막에 넣는데, 이 고소한 걸 처음부터 넣지 않는 이유는 참기름의 화학적 구조가 약해 열을 조금만 가해도 파괴되기 때문이다. 조리과학을 가르친다는 건 재료의 화학적 구조, 조리의 과학적 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실제로 월터 씨는 다른 조리사들의 조리 방법에 의문이 생기면 끝까지 고민해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신기한 과학적 이유를 발견해내기도 한다는데, 해양생물학을 공부하던 과학자의 면모가 역력히 남아있다.
요리로 한류열풍을 실감한다?조리과학 교수 외에도 그가 하는 일은 많다. 한인마켓에서 한국요리 강좌를 열고, 주말에는 차이나타운 먹자투어 가이드도 됐다가, 두 달에 한번은 노숙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천사가 되기도 한다.
그가 진행하는 한인마켓 한국요리 강좌는 대부분 하와이 로컬 주민들로 다 찬다. 온 계기는 거의 한국드라마. 강좌를 통해 한류열풍을 실감한단다. ‘한번은 드라마를 본 일본인이 ‘한국은 수감생활을 마치면 왜 두부를 주냐’길래 열심히 찾아봤다. 과학적 이유와 문화적 은유가 다 들어있더라. 과학적으로는 두부의 식물성 단백질로 영양보충을 하기 위함이고, 은유적으로는 콩이 환골탈태해 흰 두부가 된 것처럼 과거를 지우고 백지상태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더라. 알려주니까 그 일본인이 이번에는 ‘두부를 얼굴에 비비는 건 왜냐’고 물어와 당황한 적이 있다.’또 ‘보스턴에 살 때도 요리 강좌를 자주 했는데, 그곳 사람들은 밥 짓는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 같은 미국이라도 하와이 사람들은 동양 음식을 많이 접해서 밥이 뭔지도 알고 곧잘 하는 반면 본토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며, 결국 음식은 과학임과 동시에 문화 그 자체라고도 설명했다.
한글 큰 잔치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데‘이번이 네 번째 참여다. 약 12년 전 하와이에 처음 왔을 때 기사로 노출된 이후 쭉 한국일보와 인연을 맺고 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외교사절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기뻐서 계속 참여한다는 월터 씨다.
올해는 짜장면과 떡볶이를 선보일 예정인데, 거의 매 행사 때마다 떡볶이는 빼놓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인터뷰 도중 떡볶이를 과학적으로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흔쾌히 밝혔는데, 그 비법이 담긴 떡볶이는 독자들이 한글 큰 잔치에 직접 와서 맛보길 바란다. 또 음식과 문화, 음식과 과학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매주 토요일 차이나타운 먹자투어에 참여하면 된다. 관련정보는 http://www.waltereatshawaii.com 또는 월터 리 391-1550을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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