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센트럴 지역 시립도서관에서 열린 한식 체험 행사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어처구니없는 한식 체험…’이라는 제목의 본보기사(10월1일자 3면) 사진을 보면 한국 문화원 공식지원 행사라고 보기에는 사실 좀 당황스럽다. 인근 주민들이 테이블도 의자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비빔밥을 먹는 광경을 보며 그것이 제대로 된 ‘한식 홍보행사’라고 받아들이기는 불편하다. “주민들을 홈리스 취급하는 건가” “안 하니만 못한 행사 아닌가”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비난을 받기에 한국 문화원으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 행사는 한국문화원이 아니라 LA 공립도서관(LAPL) 산하 후니페로 세라 도서관이 주관했고, 문화원은 행사진행 및 예산 일부를 지원했다. 한인이 관장인 이 도서관은 LAPL이 진행 중인 ‘LA의 삶과 음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음식 시식 행사를 마련, 건강식으로서 비빔밥을 소개했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대부분인 지역주민들은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르고, 한식을 접할 기회 역시 없다는 것이 이번 행사가 추진된 배경이다. 한국 문화원이 마땅히 지원할만한 행사였다. 행사가 끝난 지금 아쉬운 것은 문화원이 행사 진행에 좀 더 세심했더라면 하는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한국문화를 타 커뮤니티에 홍보하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다. 첫째, 한국이라는 나라와 그 문화를 정확히 알리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한국과 대부분의 미국민들이 보는 한국에는 차이가 있다. 아직도 전쟁의 폐허 위에 있는 나라쯤으로 생각하거나 남북한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둘째, 타 커뮤니티와의 교류이다. 우리를 알리는 작업은 다른 문화권, 다른 민족과의 소통의 시작이 된다. 소수계 이민자 커뮤니티로서 한인사회는 권익옹호와 정치력 신장을 위해 타 커뮤니티와의 원활한 연대와 공조가 필요하다. 셋째, 미국사회 내 한인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문화의 고유함과 우수성을 폭넓게 인정받으면 이는 미주한인들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이번 한식 시식행사는 참가자 대부분에게 난생 처음 한식을 맛본 기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두들 비빔밥이 맛있다며 좋아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한국 정부기관이 지원하는 행사라면 좀 더 세심했어야 했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진행되는 행사인지 미리 파악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한국, 한국문화, 한식에 대한 첫인상을 심는 기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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