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총영사관의 임무 중 하나인 글로벌 금융동향 파악을 위해 월스트릿 인사들과 얼마나 깊게 만나고 있는 지 물어 보세요…” 지난 15일 뉴욕총영사관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 현장. 질의 시간이 다가온 한 야당의원이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놓인 휴대 전화를 손에 들고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바다 건너편 한국에서 보좌관이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질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야당 의원은 역시나 보좌관이 보내 준 질의 문항 3개 중 민감한 사안을 제외한 2가지 내용을 진지한 표정으로 총영사에게 물었다. 총영사의 답변이 끝나자 따끔한 충고와 함께 ‘자주 접촉해 관계를 강화하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질의를 마무리했다.
이 의원은 다음날 열린 유엔 한국대표부 국정감사에서도 특별한 사유 없이 한 시간가량 지각한 것도 모자라 감사도중 자주 자리를 비우고 조는 모습을 보여 국정감사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 역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아예 신발을 벗고 다리를 꼰 채 총영사가 답변하는 동안 뒤돌아 잠을 청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의원들이 회의 도중 수시로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관련 뉴스를 확인하는 것은 애교 수준으로 보일 정도였다.
지난 수년전부터 뉴욕총영사관 국정감사 현장을 취재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부실하고 성의 없이 진행되는 국감은 처음이었다. 무성의한 태도는 둘째 치더라도 의원들 대부분이 국감을 전혀 준비하지 않아 한마디로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그야말로 ‘맹탕’ 국감이 돼버렸다. 일부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무슨 이유로 비싼 항공료와 호텔비 들여가면서 국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국감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한인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년에는 국감 일정이 다가오면 각 의원실의 보좌관들이 한인 단체 관계자들에 밤낮으로 연락해 실태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올해는 단 한 통의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아마 내년 총선 준비로 국감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나름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이 끝나고 국감이 다시 시작되면 상황이 나아질까. 그저 내년 국감에는 책임감 있고 준비된 의원들이 뉴욕을 방문하길 기대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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