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위에 그려진 조선의 회화 조선의 백자는 백자 본연의 순백색 바탕을 존중했다. 간혹 문양 장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산화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씌워 1,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 장식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백자는 맑고 푸른 그림이 하얗게 빛나는 표면과 어울려 고아한 품격을 자아냈다. 이처럼 푸른 그림이 그려진 백자는 청화백자(靑畵白磁)라고 부른다. 분원(分院)에서 청화백자를 제작하던 초기에는 푸른색의 코발트 안료를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했다. 헌데 이 수입산 코발트 안료는 원산지가 현재의 이란지역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청화백자를 제작하기 위해 먼 이란 땅에서부터 중국을 거쳐 수입된 페르시아산 청화안료를 구해야 했던 것이다. 회청(回靑) 혹은 회회청(回回靑)이라고 불렀던 산화 코발트는 국가간 무역을 통해, 그것도 원거리 무역을 통해 구할 수 있었던 값비싼 안료였다. 청화 안료 수급에 대한 부담이 크더라도 청화백자의 강렬한 매력을 포기할 수 없었던 조선 정부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특별한 경우만 청화백자의 사용을 허락했다. 또한 안정적인 대체 안료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안료가 낭비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 역시 강구했다. 그 결과『세조실록(世祖實錄)』에는 경상도, 전라도 등지에서 토청(土靑)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기록이 남아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사옹원(司饔院) 관리가 매년 경기도 광주에 화사(畵使)를 이끌고가 어기(御器) 제작을 감독했다고 하는 기록이 전한다. 붓으로 농담을 조절하며 곡면의 도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리는 쉽지않은 작업을 위해 나라에서 선발한 화가들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분원(分院)으로 출장가서 왕의 그릇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현재까지 적은 수가 남아 전해지는 조선 초기 청화백자에는 조선시대 화원(畵員)의 화풍이 스며들게 되었고, 백자 위에 그려진 화원의 그림은 새로운 측면에서 조선시대 회화사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자료가 되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으로 국가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17세기에는 값비싼 청화안료를 수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때 조선 조정은 청화백자 대신 국내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산화 철 안료로 장식한 철화백자(鐵畵白磁)를 선택했고 덕분에 어두운 갈색으로 표현되는 철화백자의 문양 중에도 궁중 화원이 그린 듯한 단정하고 세련된 화풍의 문양이 발견된다. 특히 17세기 중반 분원 가마터에서는 매화나무, 대나무, 포도 등의 그림이 그려진 백자 파편이 발굴되었는데, 이는 16세기 말 묵매(墨梅)의 어몽룡(雪谷 魚夢龍, 1566-?), 묵죽(墨竹)의 이정(灘隱 李霆, 1541-1626), 묵포도(墨葡萄)의 황집중(影谷 黃執中, 1533-?) 등 삼절(三絶)을 배출하며 두드러진 업적을 남겼던 조선 중기 화단의 영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호놀룰루미술관이 소장한 <백자철화 죽문 편병> 역시 동그란 편병의 앞뒷면에 넉넉한 여백을 둔 대나무를 그린 작품으로 17세기 철화백자에 나타난 조선의 화원풍 회화를 확인할 수 있는 예이다.
* 이 유물은 호놀룰루미술관 특별전 <화려함과 단아함, 호놀룰루미술관 소장 한국 도자 명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호놀룰루미술관 관람 정보>
Honolulu Museum of Art
900 South Beretania Street
808-532-8700
www.honolulumuseum.org
관람료
일반 10달러
만 17세 미만 무료 입장
<관람시간>
화요일-토요일 10:00-16:00
일요일 13:00-17: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매주 화요일 10:00~12:00은 한국어 도슨트 투어 가능
* 무료 관람일 및 휴일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이미지 정보>
1.Circular Moon Flask with Bamboo Design Korea, Joseon dynasty, 17th century Porcelain with iron oxide underglaze decorationGift of Lt. General Oliver S, Picher, USAF (Ret.), 1969 (3565.1)
백자철화 죽문 편병조선시대 17세기 1969년 올리버 S. 피쳐 미공군중장 기증 (3565.1)
<하와이 한인미술협회 후원>
오 가 영
호놀룰루미술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
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객원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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