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을 천국으로, 때로는 지옥으로 변화시키는 주역은 바로 내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만남은 때로는 좋은 인연이 되어 내 주변을 살맛 나는 곳으로, 때로는 악연이 되어 도망치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 가정도, 직장도, 교회도 나아가 지역사회도 어떤 동반자를, 어떤 지도자를 만나게 되느냐에 따라 각자 삶의 행복도가 좌우되고 공동체 역사의 물줄기를 변화시킨다.
지난 달 한국에서 전송된 박봉룡, 김영태 두 한인회장이 나란히 서서 촬영한 사진(오른쪽, 본보 10월17일자)을 보며 문득 지난 몇 년간 한인회장과 공관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변모해 온 하와이 한인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지나고 보니 한인회가 제 역할을 못해 한인사회 구심점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2003년 미주한인이민 100주년기념사업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인 ‘김창원’이란 커뮤니티의 원로를 중심으로 사탕수수농장 후손들이 다민족 사회 하와이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이며 버팀목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당시 주 호놀룰루 총영사관에 부임했던 외교부 출신 총영사 및 부총영사들이 외교관으로서 로컬사회는 물론 한인사회와 ‘진정성’ 있는 교감을 함으로써 그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민100주년 기념사업 성공 개최 이후 ‘하와이 주 한인회’가 ‘제 19대 하와이 한인회’로 맥을 잇고 21대 한인회가 탄생하기까지 한인사회는 ‘떡집, 밥집’ 운영으로 이민생활 터전을 다진 ‘넉넉한 마음’을 지닌 지도자들이 앞장 서 동포사회 화합의 물결을 일으키며 한인회 정상화를 이루어 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한인문화회관건립’의 재시동을 걸었고 그 결과 한국 정부로부터 해외 한인사회 최초로 ‘한인문화회관건립’을 위해 1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지원금을 받아내는 등 <미주한인 이민종가>로서 하와이 한인사회 자부심을 높였다.
그러나 21대, 22대 한인회장과의 만남 이후 이민종가는 영혼이 없는 삭막한 사막으로 변모해 갔다. 선배들이 어렵게 이루어 놓은 한인사회 화합의 역사를 ‘ 불법과 야합’의 역사로 왜곡하더니 한국 정부를 향해 ‘스스로 문제아’임을 자처하는 행동도 불사하며 이민종가 종손으로서 쌓아온 자부심을 한 순간에 허물어 버렸다.
그 결과 문화회관건립 지원금은 한국정부에 ‘환수’조치 당했고 이도 모자라 이 같은 사단을 ‘네 탓’으로 돌리는 ‘법정소송’을 제기하며 23대 한인회에 그 짐을 떠 넘기고 임기를 마감했다. 이 같은 지난 4년간 동포사회 반목과 분열의 소용돌이에는 외무부 출신이 아닌 공관장들과의 만남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3년 9월부터 하와이와 연을 맺고 있는 정치인 총영사는 본보와 부임 100일 인터뷰를 통해 “동포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제가 본국으로 귀국한 뒤에도 ‘동포사회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사심 없이 열심히 일했다’는 평을 들을 수 있으면 감사하겠다”고 소망을 전한 바 있다. (본보 2014 1월31일 인터넷 판 참조)그러나 오늘의 한인사회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듯 하다.
한인회와 문화회관건립추진위와의 갈등이 한창이던 당시 ‘정치를 전공한 총영사’의 부임은 조정자로서 두 단체간 갈등을 봉합하고 극적인 화합을 도출해 낼 것이란 기대감을 한껏 높였었다. 그러나 정작 한국 정부 지원금 100만달러를 지켜 준다며 꺼내 든 정치인 총영사의 카드는 기대했던 ‘정치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한인사회 곳곳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조정 당사자들로부터는 “총영사관이 한인 단체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고 있다” “총영사관이 한인사회를 무시하고 있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지더니 결국 지원금은 환수되고 2개의 한인회가 탄생하며 동포사회는 이편저편으로 나뉘어 한인 행사장은 반쪽짜리 원을 그리고 있다. 한인 단체장들의 공관을 향한 볼멘소리는 최근에는 지원금 환수 조치 불만에 따른 단체장들의 연대 서명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나란히 서 있는 두 한인회장의 사진을 본 한인들은 “이날의 만남이 지난 4년간 거꾸로 돌아간 한인사회 역사의 시곗바늘을 정상 궤도로 돌려 놓기 위한 만남이었기를 막연하게나마 기대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동포사회의 이런 기대감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23대 한인회가 떠안은 문화회관건립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명분 없는 소송을 하루 빨리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것이 급선무 일 것이다. 그리고 제3자가 개입하지 않은 가운데 ‘문화회관건립추진위원회’ vs '한인회’ 문제의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건설적인 타협안을 도출해 내며 미주한인 이민종가 자존심을 스스로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관원들에게 간곡한 당부를 전하고 싶다. 자신들의 ‘호불호’에 의해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행위를 중단하고 동포 단체들의 역량을 믿고 스스로 돕는 모습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 봐 달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반목하고 분열하며 반쪽 행사에 그쳤던 한인사회 공적인 만남들이 온전한 동그라미를 그려 갈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2015년 우리의 만남을 ‘악연’이 아닌 ‘인연’으로 마감하기 위해 이민종가 종손으로서 ‘넉넉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커뮤니티 화합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도록 긴 호흡을 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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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경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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