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동 목사
베델한인침례교회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매년 마다 다가오는 Easter(부활절)는 주일이다. 미국 정식 공휴일은 아니라서 월요일에는 연방정부도, 주정부도, 은행도 정식으로 문을 열지만 미국 사는 많은 사람들 생각에 큰 공휴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교회나, 성당을 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부활절을 기념하는 미국 사람들이 달걀 찾기와 토끼모양의 초콜릿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추석하면 괜시리 고향이 생각나고 부모님이 생각나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부활절에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활절을 보내며 고대 로마시대에서 야망을 꿈꾸던 주인공이 직접 경험하는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Risen(부활)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로마의 호민관(Tribune)인 클라비우스(조셉 파인즈)는 성공과 야망에 불타던 장군이었다. 어느 날 전쟁에서 돌아오자마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처형을 집행한다.
유대 종교지도자들이 시신을 훔쳐가 부활했다는 헛소문을 만들 수 있다는 건의로 인해 로마군은 예수님의 시신을 돌무덤에 봉인하고,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 후 3일 뒤, 예수님의 시신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예수님이 메시아로 부활했다는 희망의 소리가 점차 거세진다. 로마의 호민관(Tribune)인 클라비우스(조셉 파인즈)는 곧 황제(Caesar)의 방문을 열흘 앞두고 극도로 긴장하는 총독 빌라도의 명을 받아 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예수님의 시신을 찾기 위해 사라진 예수님의 3일간의 행적을 뒤쫓기 시작한다. 그런 중에 제보를 받아 제자들이 모여 있는 집을 급습하는데 그곳에서 죽었던 예수님을 보게 되자 큰 충격을 받는다.
그 이후 그는 호민관의 자리를 박차고 제자들 사이에서 예수님의 행적을 따라가며 하늘로 승천하는 예수님을 보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함께 가자는 제자 베드로의 초청을 거절하지만 결국 자기가 가졌던 세상의 모든 꿈을 뒤로하고 광야의 길을 홀로 가는 것이 끝 장면이다. 영화를 소개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무엇이 호민관의 야망과 꿈을 버리게 했는가? 그는 부활한 예수님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를 바라본 것이 아닐까? 한 번은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탔는데 앞 창문에 벌레 한 마리가 붙어 있었다. 금방 날아가겠지 하는데 5마일 10마일 20마일 점점 속도가 나도 벌레는 날아가기는 커녕 오히려 바람에 저항하며 유리를 더욱 꼭 붙들었다. 중간에 빨간 신호가 나오면서 차의 속력이 줄자 벌레는 움츠렸던 몸에 여유가 생기자 심지어 몇 발자국을 움직였다. 다시 파란불이 떨어져 속력을 내자 벌레는 다리와 날개를 잔뜩 움츠리며 심지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저항을 줄이며 힘겹게 창문을 꼭 붙잡았다. 그냥 손을 놓아 버리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을 모르고 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갖 갖은 애를 쓰다가 거의 50마일의 속도가 붙었을 때 힘이 다했는지 툭 떨어져 날아가 버렸다. 부활절을 보내며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혹시 로마의 호민관은 손을 놓으면 편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을 모르던 벌레와는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죽음을 감수하며 쌓은 호민관의 자리와 보장된 성공의 길을 뒤로하고 빈손으로 사막을 향해 가뿐히 걸어가는 마지막 모습은 예수님의 부활에서 분명히 무엇을 보았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부활절은 한국의 추석과는 달리 세상의 상술로 인해 그 원 뜻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이 있다는 부활절의 의미를 돌아다보며 부활절은 이제 미국에 오랫동안 정착해서 영어도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지만 어디에 가나 교회를 세우는 우리 이민자들의 새로운 자부심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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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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