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14일 한국학연구소에서 북한인권 및 북한이탈주민들 지원에 대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아 하와이 주립대 태평양 아시아 지역학 교수, 조재희 하나센터장, 제인 김 하나센터 사무총장, 허영철 공감게스트하우스 소장>
‘북한 주민들의 인권, 대한민국의 북한이탈주민 지원 프로그램,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North Korean Human Rights, South Korea’s Defector Aid Programs, And the Future of The Korean Peninsula)’를 주제로 한 학회가 14일 하와이 주립대 한국학 연구소에서 열렸다.
백태웅 하와이주립대 법대 부교수와 박영아 하와이 주립대 태평양아시아 지역학 부교수가 공동 주최한 이 학회에는 조재희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대구 하나센터장, 허영철 공감게스트하우스 소장, 요하나 호사냑Joanna Hosaniak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 부국장, 제인 김 대구 하나센터 사무총장,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이 참여했다.
박 부교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 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북한이탈 주민에 대한 지원과 문화가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예전에는 많은 금액을 일시불로 지불하는 식이었는데 요즘은 지원 시스템을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복지시스템으로 통합시키고 교육, 취직, 자격증 취득을 지원해 대한민국 사회에 융합시키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민족’이나 ‘보호’라는 단어가 많이 쓰였던 초기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시스템에 대한 표현이 ‘자활’과 ‘자기 계발’로 바뀌었으며 ‘귀순용사’나 ‘귀순동포’로 불리던 이들을 ‘북한이탈주민’으로 순화해 문화적 패러다임 변화를 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부교수는 최근 청소년 북한이탈주민과 그를 보호하는 임무를 지닌 경찰관과의 대화를 공개하며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희’와 ‘우리’로 갈려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박 부교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대한민국 정치권의 시각도 이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으로 여긴다며 민간지원단체의 임무는 북한이탈주민들의 건강과 교육을 돕는 것뿐만이 아니라 정부의 ‘도를 넘는 권력(overreaching power)’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보는 시각에 대해 조 센터장은 일반 대한민국 국민들이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행동 중에는 이데올로기의 우월성을 확인하려는 행동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하나센터의 북한이탈주민들 대부분이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강한 의지로 대한민국에 왔는데 그 의지가 사회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고향과 인간관계에 대한 상실감으로 하나센터 주민들 중 정신적 문제를 겪는 주민이 95%에 달한다며 이들의 정착을 위해서는 취업만 도와줄 게 아니라 정신건강 서비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센터장은 지금까지 만난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같이 “탈북 과정이 이렇게 힘들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탈북 과정이 매우 어려웠음을 암시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2만9,00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30세에서 39세 연령대인 여성이 70%를 차지한다. 탈북 과정에서 겪는 고생 때문에 여성들은 차후 PTSD(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를 겪을 가능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높다. 그러나 대한민국 입국 직후 우울증을 겪다가 점차 나아지는 여성과 달리 사회적 지위 하락을 경험한 남성은 입국 직후의 우울증은 덜하지만 정착기간이 길어질수록 우울증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자녀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설명한 김 사무총장은 중국에서 살다가 북한의 영향력을 이탈한 가족의 어린 자녀들은 사춘기가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탈북을 본인이 선택하지 않아 부모와의 갈등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또 상대적으로 체격이 왜소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중국에서 오래 살아 중국어는 유창하게 하는데 한국어는 못하는 등 언어장벽 등의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주민을 부모로 둔 자녀들은 대한민국에서 정착해나갈 때 부모의 이북 사투리가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친구들에게 “엄마는 한국어 못해”라며 서로 만나는 것을 기피한 사례도 있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대한민국 사회 융화를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이루려고 한 허 소장은 이들이 중국에서 오래 살아 중국어가 유창하기 때문에 이를 기업운영에 십분 활용하기도 하고 이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허 소장은 발표 초반에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결같이 호소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북한에서는 정말 사람들이 굶어 죽냐”와 “스파이 아니냐”라는 질문이라며 혹여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더라도 이러한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세미나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피해자 증언에 따른 북한의 인권침해 현실(윤여상 소장), 북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여성의 인권상황(호사냑 부국장), 북한에서의 인권장려(백태웅 부교수), 북한이탈주민 지원 프로그램을 주제로 진행된 2부에서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박영아 부교수),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신건강상태(조재희 센터장), 3국에서 태어난 북한이탈주민들의 자녀들(제인 김 사무총장), 사회적 기업을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적 융화 가능성 탐구(허영철 소장)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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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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