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동 목사
벧엘한인침례교회
미국에 살면서 한국말을 영어로 쉽게 번역할 수 없는 단어가 있다. 정(情)이라는 단어이다. 그 만큼 한국 사람들에게 있는 정이라는 말은 참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정(情)에 대해 사전에는 마음의 작용(作用), 사랑, 인정, 정성(情性), 정취(情趣), 욕망, 진심(眞心), 성심(誠心: 정성스러운 마음), 참마음, 참으로, 진실로(眞實-)등등으로 표현된다.
한국 사람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정이 있어서 쉽게 친해지고 또 쉽게 다투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하와이도 지역이 좁고 소문이 빨라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간관계로 상처를 받았다고들 한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고 나면 영어권 사람과의 교제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어권 사람과 교제를 하면 영어도 늘고, 나누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상처를 받을 일이 없어서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정을 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어느 날, 어렵지 않은 부탁을 해도 영어권 친구는 냉정하게 쉽게 No! 소리를 한다. 그러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대 부분 문화 충격과 함께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아마도 한국 사람들 특유의 정을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겪고 나면 다시는 영어권 사람들에게 마음 즉 정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금 한국 사람들을 찾지만 상처 받지 않을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한 편으로는 진실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미주에는 한인들의 유익을 위한 많은 단체들이 있다. 대부분 모든 단체들이 한국을 사랑하고 또 한인들의 유익을 위해 모두 성심 성의껏 많은 봉사와 헌신을 한다. 그런데 똑같은 목적과 하는 일 모두 비슷한 봉사 단체들이 두, 세 개가 있다.
단체가 많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한인들을 위해 존재하고 같은 봉사와 헌신을 하다가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나 분열이 일어나서 생긴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것이 한국 사람의 특유의 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쇼펜하우어의 우화인 ‘호저 이야기’중에 나오는 이야기다. 추운 겨울 깊은 산 속에 사는 한 쌍의 호저(고슴도치과)가 얼어 죽은 채 발견된다. 호저는 몸을 녹이려고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만 뾰족하고 긴 가시 때문에 상대의 몸을 서로 찌르게 된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지면 추위를 견뎌낼 수가 없어 다시 가까이 다가가지만 서로의 가시에 찔려 또 떨어진다. 그렇게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결국 얼어 죽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서로 찌르지 않고 적당한 간격에서 서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거리를 호저의 딜레마라고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어디까지는 동행을 하지만 또 어느 시점에선 멈출 때가 있어야 한다. 정에 약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 호저의 딜레마, 즉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정으로 좋은 따듯한 관계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의 생각은 호저의 딜레마의 거리란 서로 존경할 수 있는 간격으로 본다. 서로 존경심을 잃지 않을 거리, 그러나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이 존경의 간격을 유지한다면 한국 사람들의 고유의 정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사회에 아름다운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서로 존경할 간격을 유지한다면 한인 사회는 더욱 하나로 뭉치는 힘과 한국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지역 사람들이 알게 되고 또 그들에게도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결국 한인들이 갖고 있는 정은 장점으로 지역사회에 큰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민 사회에서도 대접받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존경'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대접받는 것이나 존경받는 것이나 섬김을 받는 것에는 별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존경받는 것과 대접받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대접'이란 연장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이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 차원이고, 존경한다는 것은 인격적인 마음에서 신뢰하고 경의를 표하는 것이다. 결국 대접은 형식적이지만 존경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섬김이라고 할 수 있다.
존경 받고 싶다면 성경의 황금률, 즉 대접 받고 싶으면 대접부터 하라는 말이 있듯이,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롬12:10) 하면 존경도 또 대접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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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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