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앞길 막는 기막힌 현실에 애끓는 부정(父情)
▶ 해군사관학교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박원식씨 장남, 국가기밀 주요 보직 임명 직전, 한국 이중국적 밝혀져 보직은 물론 장교로서도 옷 벗을 위기...
“가슴이 답답해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부모가 영주권자일 때 자식이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복수국적이 된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영사관을 찾았습니다. 영사관에서는 18세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고 아니면 24세에 병역연기 신청을 해야 한국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영사관에서 하라는 대로 한국 국적에 아이들을 올렸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만약 영사관에서 만 37세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는 큰 아들을 한국 국적에 올리라는자문을 해 주지만 않았어도 아들은 이중국적자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비의 이 무지한 행동이 결국 내 장남의 앞길을 막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미국에서 태어나도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한국 국적일 경우 한국 국적법상 자동적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되면서 한인 2세들이 이로 인해 미국내 공직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엄청난 쓰나미가 되어 태평양을 넘어 하와이에 거주하는 박원식(사진)씨 가정을 덮쳤다.
하와이 거주 30년에 이르는 박씨는 지난 1일 까맣게 탄 얼굴로 본보를 찾았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이 부모로 인해 알지도 못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어 미 해군 요직은 물론이고 장교로서 임관의 길도 막히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박씨의 두 아들은 모두 미 해군사관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 장남은 졸업해 해군 소위로, 막내는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런데 장남이 얼마 전 보안을 다루는 중요한 보직에 임명됐다가 복수국적 신분이 드러나 보직이 철회되는 피해를 입었다. 장남은 자신이 복수국적자인지 알지 못한 채 그동안 군에서 조사하는 이중국적 확인 질문에 ‘아니요’를 답했고 이 답변은 결국 미국 정부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된 것이다.
아들의 이중국적 피해는 주요 보직에 임명될 수 없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결국에는 장교로서도 옷을 벗을 위기로까지 내 몰렸다. 생각없이 저지른 자신의 행동으로 결국 아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부모로서의 죄책감, 한국정부의 선천적 복수국적에 대한 폐해를 아버지로서 해결해 줄 수 없는 무력감으로 현재 박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갖고 살라고 두 아들에게 가르쳤어요… 그런데 그 한국의 모순된 법조 항에 걸려 내 아들의 미래가 꺾이고 있는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아요… 영사관에 탄원서를 가져가면 해결방법을 알려 줄까요? 한국에 나가 저의 이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면 한국 정부가 제 아들에게 길을 열어 줄까요? "잠을 설쳐 실핏줄이 터진 눈에 맺힌 박씨의 눈물은 아들의 앞길을 막고 서 있는 아비의 무력하고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박씨는 지난 달 장남이 이중국적으로 해군 내 보안을 다루는 주요 보직 임명이 좌절 됐을때만 해도 이렇게 참담해 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중 국적으로 장남이 해군 장교로서 옷을 벗을 위기에까지 몰리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커뮤니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또한 커뮤니티와 더불어 해외 한인 2세들의 앞길을 막는 대한민국의 법을 바꾸는 일에 직접 발벗고 나설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한인회를 비롯한 종교계 및 단체들도 앞장서 더 이상 자신 과 같은 피해를 당하는 한인 가정이 없도록 한국 정부를 향해 커뮤니티의 한 목소리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현재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돼 미 공직 진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미국 내 한인 자녀들에 한해 국적이탈 기간을 연장해 주거나 예외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구제 법안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지난해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로 한정돼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기간 제한에 예외규정을 적용하는 법안을 당 차원에서 검토중이라고 밝혔으며, 이종걸 전 원내대표도 20대 국회에서 차세대 한인들의 공직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국적법개정을 당내 재외국민들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해 한국 헌법재판소에 5번째 소송을 준비중인 이민법 전문 전종준 변호사는 “지난해 관련 소송에서 재판부가 밝힌 기각 이유는 한인이면 이 규정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하고 공직진출은 극히 예외적인 사항이라는 것”이라며 “한국 정치권은 국적법을 개정하거나 예외규정을 인정해 미국에 살고 있는 차세대들이 미국 연방정부 주요 직책에 오르는 기회를 놓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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