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 신
하와이 웨딩스토리 대표
아무래도 늙어 가는 징조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뜨는 온갖 희로애락의 뉴스 거리에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속수무책 같은 내 눈물 말이다.
지난 수요일까지의 나의 삶은 그래도 꽤 괜찮아 보였다. 직종 앞에 " 프로" 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고공 행진을 수십년 동안을 했고 괜찮은 동네에 내 집을 지니고 살았고, 아이들도 별 탈 없이 잘 자라 주어서 선거를 할 수 있는 성년이 되었으니 이만하면 내 인생, 아니 내 이민 인생도 성공한 것이라고 스스로 뿌듯해 하면서 골프 공을 쳐 댔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다음날 목요일에 사달이 난 것이다. 그것도 내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사달이 났으니 이제와 돌이켜 생각을 해 보면 이것도 다 하늘의 뜻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을 할 수도 없는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되어 버렸다.
오랫동안 나의 스태프로 근무를 해 왔던 후배가 이번에 새로 오픈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내 유명 백화점 화장품 코너의 매니저가 되었노라는 연락이 왔다. 다 나의 덕분으로 이 자리까지 왔노라는 찬사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는데, 후배는 말끝에 8월27일 시청 잔디밭에서 열리는 하와이 한인상공회의 주최로 열리는 " 코리안 페스티벌" 에 한국 화장품 프로모션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후배는 내게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보를 좀 알아 봐 달라고 했다. 코리안 페스티벌 행사에 관련이 되어 있는 지인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지인은 나의 관심에 너무나 반가워하면서 그렇잖아도 오늘 밤에 연례 미팅이 잡혀 있는데 참석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아무 생각없이 후배와 함께 7월의 한국 장마비 처럼 쏟아지는 소낙비를 뚫고서 나는 임시 미팅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무실에 도착을 하여 안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첫째는 그 바쁜 시간에 바리 바리 음식을 장만해 온 부지런한 스텝들에 놀랐고 두 번째는 놀라움 보다는 수.치. 스러웠다. 아니 쇼크였다는 표현이 훨씬 더 정확하리라.
나는 내가 THE" 코리안 페스티벌" 이 아닌 "호놀루루 페스티벌" 준비 행사단 모임에 잘 못 온 것으로 잠시 착각을 했다. 산성비를 흠뻑 맞았더니 머리가 초토화 되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헷갈렸다. 좁은 방은 테이블과 음식, 회원 및 봉사자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활기가 가득 차 있었지만, 아무리 이리 저리 둘러 보아도 내 눈엔 도무지 코리안 행사장 같아 보이질 않는 거였다.
올해 코리안페스티벌 추진위원회 회장은 로컬 일본인이었는데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했는지 회의 내내 그녀의 눈빛에서는 일곱빛깔 무지개가 네온사인 간판 처럼 반짝거렸다.
옆에 앉은 한국인 자원 봉사자에게 조용하게 물었다. "아니...한국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요?" 그분 왈 " 글쎄 말이에요.. 좀 그렇지요? 한국 사람들은 자원봉사 안해요… 그래도 한류 덕분에 한국 드라마에 관심들이 많아져서 이렇게 외국 사람들이 많이들 봉사를 하니 이 행사가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이벤트 전문가를 고용하여 지난 행사에서의 아쉬웠던 부분을 심층분석을 하여 올해 행사에 만전을 기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과, 주류 사회 속에 이 행사를 효과적으로 홍보를 하여 성공적인 행사를 치러내고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 허심탄회하게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서 논의 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열심히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는 자원 봉사자와 진행자를 보면서 난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서울, 대구, 부산, 광주 출신도 아닌 저들이 무엇 때문에 남의 나라 잔치에 기꺼이 총대를 매고서 장대비가 쏟아지는 이 야심한 밤에 머리를 맞대고서 이 험난한 수고를 마다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인가?몇 년 전에 한 행사준비위원이 대형 한인교회에 픽업 서비스용 차량지원 요청을 했다가 교회 행사 외에는 사용을 불허 한다는 대답을 듣고는 그 다음해부터는 아예 한인교회에 도움의 손길을 뻗칠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고 하니 느헤미야가 웃고, 다니엘이 통곡할 일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쏟는 열정을 동포사회에 조금만 나누어 시주하는 마음으로 돕는다면 어떨까...
저 스스로에게도 자문해 보았다. "이 행사가 무려 열 네번이나 치뤄 지는 동안 비키 너는 무엇을 했느냐"저와 같은 이런 무관심 중독증 백성들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귀향” 이라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는 한 많은 민족이 되지 않았던가.
문화는 힘이다. 미국은 문화로 세계를 제패했다. 하와이 코리안 페스티벌의 소중함을 안다면 땡볕에 몸이 조금 고달파도 한인 업체들이 솔선수범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이 행사가 더욱 커진다면 수혜자는 한인커뮤니티이고 특히 한인 비즈니스임에 틀림이 없다. 사심과 사욕은 넣어두고 자원봉사자 앞치마를 두르자.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는 길은 나 한 사람으로부터가 그 시작임을 잊지말자.
그날 밤 나는 산성비에 머리만 젖었던게 아니라 쏟아지는 내 반성의 눈물에 마음이 온통 젖어 버렸다.
이 졸필의 글을 읽고서 마음이 동하는 여러분이 계시다면 나이, 성별에 상관이 없이 vshin3@naver.com 으로 이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 코리안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하와이 한인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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