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역구’라고도 번역되는 선거구(district)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선거구는 대표를 선출하는 기본단위를 말하는 것으로 그 기원은 고대 로마 공화국에서 나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로마에는 35개의 선거구가 있었고 선거구 내에서의 투표는 백인대(centuria: 사실 정원은 여든 명) 하나에 한 표였습니다. 여담이지만 후보자를 뜻하는 단어 ‘candidate’은 하얀색을 뜻하는 라틴어 ‘candidum’에서 나온 것인데요, 로마 관직에 입후보하는 이들이 밝은 흰색의 토가(고대 로마의 의상)을 입고 나오는 데서 유래했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 말이 있듯 미국의 선거구도 10년마다 바뀝니다. 인구조사(census)를 10년마다 실시하기 때문에 인구조사 자료를 살펴보고 인구분포 변화에 맞춰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겁니다. 선거구를 나누는 기준은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 헌법은 인구비례(equal population)와 인종 및 민족(race and ethnicity)라는 두 가지 대원칙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선거구라는 개념 자체는 별 문제 없이 이해될 수 있지만 여기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제리멘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불리는 편향된 선거구 획정입니다.
‘제리멘더링’이라는 단어는 메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냈던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의 이름을 딴 것인데요, 1812년 당시 게리 주지사가 선거구를 자신의 정당인 민주공화당(Democratic-Republican Party: 현재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신)에게 유리하도록 획정했는데 이 선거구들이 샐러맨더(salamander: 도룡뇽)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게리맨더(Gerry-mander)라고 풍자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죠. 삽화를 통해 제리멘더링이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삽화 1]과 같이 16명이 사는 주에 4개의 선거구가 배정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빨강당과 파랑당 성향의 주민들이 같은 비율로 살고 있기 때문에 [삽화 2]처럼 빨강당이 2석, 파랑당이 2석을 차지하거나 [삽화 3]처럼 빨강당과 파랑당이 1석을 확보해두고 나머지 선거구에서 경쟁하는 게 사리에 맞아 보입니다.
그런데 정치가 항상 사리에 맞지는 않죠.
[삽화 4]처럼 빨강당에게 유리하게 선거구 선을 긋는다면 빨강당이 2석, 파랑당이 1석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반면 나머지 선거구에서는 치열한 선거운동이 일어납니다. 이럴 경우 빨강당은 경쟁 선거구에서 이기면 좋고 나쁘면 마는 겁니다.
인구를 더 늘려보겠습니다. [삽화 5]에는 빨강당이 11명, 파랑당이 9명 살고 있습니다. 빨강당 성향의 주민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빨강당이 의석을 더 많이 차지할 듯 보이죠? [삽화 6]에서처럼 작정하고 파랑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긋는다면 그런 일은 없습니다. 이렇게 빨강당 55%, 파랑당 45%로 분포된 곳에 선거구를 다섯 개로 늘린다 해도 파랑당을 위해 선거구를 긋는다면 [삽화 7] 위 오른쪽에서처럼 빨강당이 2석, 파랑당이 3석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하와이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9인으로 구성된 하와이 선거구 획정위의 위원장은 하와이 주 대법원이 임명하고 나머지 위원들은 주 상하 양원의 여야 대표(majority & minority leaders)가 각자 두 명씩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선거구 획정위가 구성됩니다. 2010년 시행된 인구조사의 자료는 2011년 2월 24일 하와이로 전달되었으며 같은 해 4월 29일 선거구 획정위가 구성되었습니다. 하와이 헌법상 획정위는 위원회 구성부터 150일 이내에 선거구 획정안을 완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한 마지막 날인 9월 26일 선거구 획정을 마쳤지만 2012년 1월 하와이 대법원으로부터 퇴짜맞은 후 다시금 선거구를 획정해 2012년 3월 8일부터 현재의 하와이의 선거구가 탄생되었습니다. 다음 번의 선거구 획정은 2020년 인구조사 후인 2021년이나 2022년에 획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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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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