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최선의 종이요, 최악의 주인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한 말입니다.
사회적인 일들의 대부분은 돈이 필요하죠. 모든 유권자가 동원되는 선거야 말할 필요도 없이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최소한 미국에서는 그렇습니다. 오늘은 선거의 불편한 진실, 선거자금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요즘은 나아지고 있지만, 돈 없으면 죽어야 한다는 의료체계를 지닌 나라답게 미국에서는 선거도 돈이 없으면 못합니다. 선거자금은 선거운동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을 먹이고 입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선거운동 전문가들의 급여, 사무실 임대료, 홍보물 제작과 광고비, 교통비, 여론조사 등 선거운동 전반에 관해 지출됩니다. 물론 공공 선거자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많은 제약이 뒤따르는데다 민간 선거자금으로는 한 달도 안 되어 공공 선거자금만큼의 모금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공공 선거자금을 받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선거자금, 정치자금을 가장 많이 대는 민간단체는 팩(PAC)이라고 불리는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인데요, 일반적인 팩 외에도 수퍼팩(Super PAC)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지만 수퍼팩은 그 이름과 달리 정치활동위원회는 아닙니다. 다른 세법을 적용받죠.
팩은 대개 기업, 노조, 비영리단체, 동업조합 등의 단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대개 선거와 관련해 돈을 지출하고 정당이나 후보 개인에게 전달하지만 지원을 받는 후보 자신은 팩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2014년 선거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한 팩들을 다음과 같습니다. 노드롭 그루만(Northrop Grumman), 미 교사 연합(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 AT&T, 전국 맥주도매협회(National Beer Wholesalers Associaton), 국제 전기공 협회(International Brotherhood of Electrical Workers).
수퍼팩의 경우 받을 수 있는 기부액과 사용액에는 제한이 없지만 직접적으로 후보나 정당에게 돈을 전달할 수는 없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대한민국과 달리 미국 정당이 후보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도 정당만이 자금줄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한국식의 공천 개념도 없지요. 2014년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수퍼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Independence USA Fund, Majority PAC, Americans for Progressive Action, CE Action Committee, House Majority PAC.
많은 사람들은 정치와 선거에 개인자금이 무제한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수퍼팩에 대해 우려를 느끼고 있지만 수퍼팩의 무제한 자금 동원 능력은 2010년 연방대법원이 내린 시민연합 대 연방선거관리위원회(Citizens United v. Federal Election Commission) 판결에 의해 완벽히 합헌입니다. 여기서 연방대법원은 ‘정치적 자금 지출’을 민주주의에 있어 필수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해석해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고 결정했고 ‘개인이건 법인이건 정치적 자금 지출에 제한을 가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에 의해 미국의 선거판은 하와이처럼 돈 많은 이들에게는 지상낙원, 없는 이들에게는 버티기 힘든 곳이 됐습니다.
그저 도구일 뿐인 돈을 정치판에 무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는 이유로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정치환경 때문에 하와이(빅 아일랜드) 카운티 해리 김 전 시장이 선거당시 전국적인 이슈가 됐던 것입니다. Citizens United 판결이 내려지기 전 김 전 시장은 한 사람에게서 받는 정치헌금을 10달러로 제한하는 선거운동을 펼쳐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시장으로 재직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선거에 재출마해 같은 방식의 선거운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가 이영도는 작품 ‘피를 마시는 새’에서 사람만이 행복과 불행을 생산하고 정치 체제는 사람이 생산한 것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정치체제와 같이 돈도 사람의 의지를 전달하는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자금이 아무리 많이 투입되어도 그것을 공익을 위해 쓸 수 있는 인성을 배우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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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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