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스토 작품 ‘떠 있는 부두’
▶ 이탈리아 이세오 호수의 섬 연결
이탈리아 북부의 이세오 호수 위에 설치된 크리스토의 새 작품 떠있는 부두’. 거의 2마일에 달하는‘떠있는 부두’는 22만개의 폴리에틸렌 입방체를 조립해 닻을 매달아 내리고 호수 위에서 묶은 후 특수 방수천을 씌운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규모 설치미술 프로젝트를 공동작업하는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Cristo and Jeanne-Claude) 부부는 50년 동안 전세계를 한데 묶는 거대한 작업을 해왔다. 파리의 퐁뇌프 다리 전체를 천으로 둘러쌌던 ‘퐁뇌프 랩트’(Pont Neuf Wrapped), 북가주 소노마 밸리의 24마일 구간에 걸쳐 바다까지 커튼을 쳤던 ‘러닝 펜스’(Running Fence), 중가주 테혼 랜치의 18마일에 걸쳐 3,100개의 대형 노랑우산을 세웠던 ‘엄브렐라스’(The Umbrellas) 등으로 유명하다. 크리스토의 대지 미술과 기발한 포장 작품은 언제나 대중의 인기를 끌고 전 세계 사람들이 보러 오는 것이 특징이다. 1995년 독일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베를린에서 옛 국회의사당 건물을 은빛 비닐로 포장했던 ‘포장된 국회의사당’은 2주일간 무려 500만명이 몰려왔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 2005년 세웠던 ‘게이트’도 200만명이 걸어서 통과했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꿈이었다. 마침내 대지미술의 거장 크리스토(Christo Vladimirov Javacheff)는 물 위를 걸었다.
지난 16일 크리스토는 그의 23번째이자 가장 최근작품인 ‘떠있는 부두’(The Floating Piers)를 테스트해보았다. 이탈리아 롬바르디 지역의 이세오 호수에서 그 안에 솟아있는 2개의 작은 섬들을 본토와 잇는 3킬로미터, 혹은 약 2마일에 걸쳐 펼쳐진 물길을 걸어보는 테스트였다. 크리스토가 걸어간 수상 육교는 주름잡힌 옐로 오렌지색나일론 천으로 싸여있는데 이 천은 하루의 시간과 날씨에 따라 색깔이 붉은 색으로 변했다 다시 황금빛으로 변하게 되는 특별한 천이다.
‘떠있는 부두’는 크리스토가 10여년만에 발표하는 첫 번째 야외 설치미술이며, 그의 아내이며 동료예술가였던 잔 클로드(Jeanne-Claude)가 2009년 타계한 이후 내놓은 첫 작품이다.
두 사람이 2005년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7,500개의 황금 패널 ‘게이트’를 설치했던 작품 이후의 첫 야외 인스톨레이션인 ‘떠있는 부두’는 1,500만유로(1,680만달러)가 소요되는 프로젝트다. 이 경비는 그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오리지널 작품을 판매한 돈으로 충당하게 된다.
“굉장히 회화적이죠. 거의 추상화와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 바뀔거에요”라고 불가리아 출신의 미국 시민인 크리스토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관해 말했다.
프로젝트 디렉터인 큐레이터 제르마노 첼란트(Germano Celant)는 “보통 수십년이 걸리는 일을 크리스토와 우리 팀이 22개월만에 해냈으니 이건 그의 대지미술 프로젝트 역사에서도 기록에 남을 일입니다. 이탈리아와 미국이 함께 이룬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흥분했다.
크리스토는 두개의 길이 만나 맞닿으면서 V자 형태를 이룬 지점을 가리키면서 “보세요! 저런 식으로 놓여있으니 그 움직임을 볼 수 있지요. 실제로 숨을 쉬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밝은 황색의 두개의 길이 푸른 호수의 색깔과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부드럽게 출렁이는 이 길을 고르지 않은 호수 바닥에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일은 지난 2년여 동안 엔지니어들과 건축회사들, 심해 잠수부들, 그리고 불가리아의 운동선수들까지 동원된 엄청난 프로젝트였다. 22만개의 물에 뜨는 고밀도 폴리에틸렌 입방체를 조립해 일일히 닻을 매달아 내리고 호수 위에서 결합시킴으로써 넓이 16미터의 연결된 길을 만들었다. 그 위에 독일 회사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특수 제작한 얼룩이 생기지 않는 방수 천을 씌운 것이다.
6월18일부터 7월3일까지 16일동안 일반에 24시간 무료로 공개되는 이 프로젝트를 보기 위해 롬바르드의 이세오 호숫가에는 하루에 4만명 이상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한 무리의 배들과 해안경비대, 승무원, 공보관들이 모두 동원돼 뜻하지 않게 호수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제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말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사건이며 직접 와서 이 위를 걸어봐야 한다”고 말하는 크리스토는 “이 프로젝트는 부두와 호수와 산들이 태양과 비와 바람과 함께 완성하는 작품이며 그 자체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어떤 해석을 해도 다 부합된다"는 크리스토는 평소에는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던 몬테 이솔로 섬까지 걸어갈 수 있어서 몬테 이솔로의 주민 2,000명은 이 기간 중 물 위를 걸어서 집에 다니는 꿈같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와 그의 아내가 떠있는 부두의 비전을 갖게된 건 46년전이다. 그때 아르헨티나의 한 미술사학자가 남미의 리오 들라 플리타 분지를 프로젝트 사이트로 추천했으나 그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1995년에 그들은 일본의 도쿄 만에서 이 프로젝트를 살려보려 했으나 이 역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크리스토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이탈리아 프로젝트에서는 호수에 혹시라도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노조들과 환경단체들의 산발적인 항의가 있었으나 지역 관리들과 행정가들이 승인해주어 순조롭게 진행됐다.
문제는 이 작은 호숫가 커뮤니티가 하루 4만명 이상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방문객들을 어떻게 맞아들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마저 지금은 프로젝트의 완성에 대한 전세계의 열광 속에 묻혀버렸다.
이세오 호수(Lake Iseo)는 이탈리아 북부에서도 가장 덜 알려진 호수로서 바로 옆에 있는 가르다 호수의 명성에 눌려 이제껏 빛을 보지 못했다. 지금 이곳의 호텔들과 숙박시설들은 인근 타운까지 모두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까지 완전히 예약이 다 차버렸다.
몬테 이솔라의 시장 피오렐로 털라는 “이 행사 이후 이세오 호수는 결코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세계 지도에 표시되고 글로벌 스팟라잇을 받게된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굉장한 기회이므로 꽉 잡아서 더 전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16일간의 전시가 끝나면 이 물길은 모두 해체되고 그 부품들은 리사이클 되거나 판매된다. 크리스토는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부분은 ‘임시’라는 것이며 바로 유목민적 요소를 나타낸다”고 말하고 “작품은 없어져야만 한다. 나는 작품을 소유하지 않으며 누구도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무료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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