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직원이 중국 사장을 고소했다. 노동법이다. 거기에 회계사는 나, 그리고 변호사는 백인이다. 첫 미팅 자리. 다양한 인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뉴욕에서는 흔한 일이다.
가방에서 자료를 빼서 책상에 올려놓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혹시 이런 인종의 차이가 피해의식과 오해를 만들고, 결국엔 큰 다툼으로 번지는 것은 아닐까? 혹시 이런 익숙하지 않은 문화 차이 때문에 우리가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데 너무 서툰 것은 아닐까? 그러나 노동법 소송의 원인을 이렇게 인종과 문화에서만 찾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노동법 자체가 최우선이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왜 그들은 이렇게 엄청난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미리 사이좋게 화해하지 못했을까?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말이 경영자의 무능일까, 아니면 핑계일까? 인간이기 때문에 자기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능력도, 관계의 최종적인 결말을 알아차릴 능력은 없어도, 적어도 작은 불씨가 큰 산불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의 직관은 왜 우리에게 없는 것일까?
최근의 한국 뉴스를 보자. 랭킹 5위의 롯데 그룹이 최악의 위기다. 그런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결말의 시작점은 놀랍게도 시시하다. 석 달 전 서울구치소 접견실. 두 남녀의 사소한 싸움이 발화점이다. 언쟁이 오갔고, 남자 죄수가 여자 변호사의 팔목을 잡아 흔들었다.
분을 못 참은 변호사가 이미 구치소에 갇힌 손님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엉뚱한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고소의 당사자인 변호사는 도리어 구치소에 갇히게 되었고, 사건은 돌고 돌아, 롯데그룹까지 번졌다. 회장은 검찰 소환이 임박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고, 큰 딸은 아예 구속되었다. 구치소에서의 작은 싸움이 굴지의 재벌을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앞에서 말한 노동법 소송도 그렇다. 처음에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직원과 사장의 간극과 상처의 깊이는 금방 치유될 정도였다. 그러나 각자의 감정이 겹겹이 쌓이고 주위 사람들의 이상한 조언들까지 뒤섞이면서 문제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 돈으로 따지면, 100달러면 될 일이 이젠 1,000달러가 되었다.
일요일에 꼭 교회에 나가라면서, 손에 쥐어준 헌금할 돈 20 달러. 상대방은 자기 종교의 탄압으로 느꼈다. 어린 애들과 혼자 사는 것이 궁금해서 던진 몇 마디 질문. 상대방은 사생활 침해로 느꼈다. 다른 직원들 앞에서 커피 마시면서 한 농담반 진담반. 상대방은 '왕따' 취급으로 느꼈다.
느낌은 대부분 주관적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 느낌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불씨가 산불로 번지는 것은 아니지만, 불씨 없는 산불도 없다. 화해의 손을 먼저 내미는 것도 큰 불을 피하는 방법이다. 1,000달러를 100달러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탈법도 아니고 비굴하지도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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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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