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육상 400m 결승선 분석 이미지. 밀러가 넘어지면서 1등으로 골인하는 모습
리우올림픽 TV 중계를 보다 보면 매 순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수두룩하다.
특히 15일 열린 여자 육상 400m 결승전은 이번 리우올림픽의 '명경기 명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금메달을 향한 선수의 치열한 몸짓이 돋보이는 경기였다.
결승선 바로 앞에서 고꾸라져 넘어지면서 골인해 우승을 차지한 사우네 밀러(22·바하마) 이야기다.
당시 경기 영상을 되돌려 보자. 7번 레인에서 출발한 밀러는 출발 신호와 함께 일찌감치 치고 나간다. 그 페이스대로라면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부터 이 종목 최강자로 꼽히는 앨리슨 필릭스(31·미국)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관록의 필릭스는 직선주로 접어들면서 탄력이 붙었고, 반대로 '오버 페이스'한 밀러는 누가 뒤에서 끌어들이는 마냥 속도가 차츰 줄었다.
결승선에 가까워질 때쯤 밀러의 왼쪽 시야엔 필릭스가 들어왔다.
보폭 10번도 채 안 남은 거리.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어야 한다는 욕심에 그녀는 무리하게 상체를 내밀었다. 이미 힘이 풀릴 대로 풀려버린 하체는 결국 균형을 잃었고 밀러는 결승선에 넘어지면서 '골인'해야 했다.
결과는 0.07초차 승리. 개인 첫 올림픽 메달을 금색으로 물들이는 한편, 작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2위)에서 필릭스에 당한 패배를 되갚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녀의 '슬라이딩 골인'을 두고 실수로 균형을 잃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마치 쇼트트랙에서 골인 순간 다리를 먼저 내미는 것처럼 고의로 몸을 내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육상은 팔, 다리, 머리가 아닌 상체 몸통이 먼저 들어오는 자가 승리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이 그녀의 결승 도착 장면을 마치 야구선수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머리를 먼저 집어넣는 모습으로 진루하는 동작)과 같았다고 표현한 것도 그래서다.
그라운드에 넘어진 충격에 밀러는 온몸에 상처와 타박상에 화상도 입었으나 우승을 확정 지은 이후에야 진통을 느낄 수 있었다.
밀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당시 내 머릿속에는 금메달 하나밖에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바닥에 누워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의 코치는 "밀러는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을 뿐이다"라며 "고의적인 행동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의든 아니든 어찌 됐건 밀레는 결과적으로 슬라이딩 투혼으로 '넘사벽' 필릭스를 제치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그녀는 리우올림픽 개회식 때 바하마 기수로 나섰다. 이날 여자 400m 금메달은 바하마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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