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드라마, 저녁 일일 연속극, 월화수목 미니시리즈, 금토 드라마, 주말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 편성표에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만큼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렇듯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드라마의 힘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으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일 것이며, 여기서부터 세세하게 들어가면 연출력, 배우, 트렌디한 소재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 바로 ‘배우’다. 톱스타던, 급부상한 신예 스타건, 연기력 좋은 연기자건, 어떤 요건이든 상관없이 시청자들을 어필하는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일단 보자’라는 시청자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KBS 2TV 주말 드라마인 ‘월계수 양복점의 신사들’의 차인표, 라미란이 특히 그렇다. 그동안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였던 차인표와 코믹한 연기의 대명사인 라미란이 부부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의외의 조합이 어떤 분위기를 형성할지, 하는 궁금함이 ‘일단 보자’는 심리를 자극했다는 얘기다. ‘월계수 양복점의 신사들’에서 이 두 사람이 등장하기만을 기다린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차인표다. 차인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크게 두 가지이다. 딸 둘을 공개 입양하고 평상시 기부와 봉사를 많이하는 선한 이미지. 또 하나는 드라마 속의 이미지로 재벌가나 정치인 등의 부티나는 이미지다.

그 속에서 만들어진 그의 ‘분노 시리즈’는 분노의 양치질, 분노의 훌라후프 등 ‘분노3종 세트’로 불려질 만큼 화제였다. 주로 부티나는 역할을 맡아하며, 사랑에, 권력에 분노하였던 그가 ‘월계수 양복점의 신사들’에선 코믹한 이미지로 변신하였다. 그것도 절대로 망가지지 않으면서 말이다.

일부러 웃기기 위해 대사나 몸짓 등에 ‘오버 액션’을 하지 않는다. 그저 기존의 그의 연기와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코믹해 보이는 건 대체 왜 일까?

그건 바로 파트너 라미란과의 조합이다. 차인표는 전체적으로 살짝 힘을 빼고, 진지하게 연기를 한다.

여기에 라미란은 어떤 상황에서든 잘 생긴 남편을 자랑스러워하는 심리를 과하게 표현한다. 재미있는 건 기존의 그가 가진 ‘분노의 이미지’가 라미란을 만나면서 코믹하게 재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마치 어떤 색깔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물감처럼. 바꿔 말하면 차인표가 그 동안 보여주었던 ‘분노 이미지’는 시청자들에겐 코믹함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진지한 드라마였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웃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파트너 라미란을 만나면서 시청자들에게 깔려있는 차인표에 대한 코믹한 이미지가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눈빛, 몸짓, 말투만으로도 코믹인 듯 코믹아닌 묘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말이다.

이는 분명 제작진이 계산한 전략이었으리라. 그리고, 성공했다. 만약 코믹한 이미지의 라미란이 아내면, 남편 역시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로 섭외하거나 반대로 차인표와 비슷한 느낌의 여자 배우로 섭외했다면 지금의 배삼도(차인표 분), 복선녀(라미란 분) 커플의 케미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둘 다 코믹하거나 둘 다 진지한, 뻔하고 뻔한 주말 드라마의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월계수 양복점의 신사들'에서 숨겨져 왔던 차인표의 오묘한 코믹함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