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잘못도 없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잃는 비극은 피해 당사자의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된다. 그러나 이런 고통스러운 비극은 삶의 교훈과 함께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발전적 에너지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지난 해 9월 자폐를 앓고 있던 한인 폴 이(한국명 헌준)군이 폭염 속에서 스쿨버스에 갇히는 바람에 사망한 비극적 사고가 바로 그렇다.
폴 이 군 사고를 계기로 스쿨버스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폴 이 안전법’이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발의됐으며 이 법안은 주의회를 통과한 후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지난 27일 마침내 법으로 확정됐다. ‘폴 이 안전법’이 법제화됨에 따라 앞으로는 스쿨버스 기사가 시동을 끄면 차내에 알람이 울리게 되고, 알람 작동을 멈추게 하려면 기사는 버스의 가장 뒷자리에 설치된 스위치를 꺼야만 한다. 스쿨버스 기사의 부주의로 목숨을 잃었던 한 한인 학생의 비극은 헛된 희생이 되지 않았다.
이처럼 폴 이 군의 죽음은 정치인들을 움직여 스쿨버스 안전법을 탄생시켰다. 정치인들이 아니라 한인부모가 직접 나서 자녀의 비극을 공익활동과 봉사로 승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24년 전 4.29 폭동 때 코리아타운을 지키겠다며 나갔다가 폭도로 오인돼 총격을 받고 사망한 이재성군 어머니는 10만달러를 출연, 아들을 기리는 장학재단을 운영해 오고 있다. 2년 전에는 정신병자 총격에 아들을 잃은 시애틀의 한인부모가 아들을 기리는 총기폭력 방지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자녀를 잃은 슬픔과 분노라는 부정적 감정에 갇혀있기를 거부한 것이다.
폴 이 군 어머니는 “아들이 자기는 사람들을 구하러 별에서 왔다고 말하는 태몽을 꿨었다”고 들려줬다. 폴은 비록 안타깝게 희생됐지만 그의 죽음은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귀한 밑거름이 됐다. 지난 1년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에 고통 받았을 폴 이 군의 부모에게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이군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폴 이 안전법’을 발의하고 법제화를 주도해 준 토니 멘도사 주의원에게는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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