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영란법’ 여파가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법 시행에 들어가면서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 공직자, 기업 주재원 등 법 적용대상자들이 행동을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은 대상과의 식사나 골프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고, 그동안 연줄만 있으면 으레 하는 것으로 되어있던 항공편 예약이나 좌석 업그레이드 등 청탁이 뚝 끊겼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불똥이 튈지 모르니 일단 몸을 사리고 보자는 것인데, 이렇게라도 부정부패의 가능성들을 끊어내는 풍토가 자리 잡는다면 김영란법은 일단 성공이다. 크고 작은 특혜나 편의를 위해, 잘못이라는 의식도 없이 저지르는 부정행위가 그동안 너무 만연해 있었다.
김영란법은 한마디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관행을 깨부수자는 것이다. 기계에 기름칠하듯 금품을 건네고, 청탁과 뒷거래를 함으로써 ‘누이 좋고 매부 좋게’ 기득권층끼리 결탁해오던 부패의 전통을 끊어내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금품을 주고받지 말 것 그리고 직무와 관련해 청탁을 하지 말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당연한 규정을 식사 3만원(27달러), 선물 5만원(45달러), 경조사비 10만원(91달러) 이하로 액수까지 정한 것은 그동안 관행을 빙자한 금품수수, 부정청탁이 일상화했다는 반증이다.
‘김영란법’이 미주한인사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 시민권자에게는 적용이 안 되니 일단 법 적용대상이 적고, 혹시 위법행위가 일어났다 해도 누군가가 고발하지 않으면 처벌로 이어질 개연성은 낮다. 그렇다 하더라도 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의 행동들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 우리가 습관처럼 하는 행동들 중에 부정한 것은 없는지, 그래서 부당한 피해자를 만드는 일은 없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권이나 비자 등 민원서류 처리를 앞당기기 위해 영사관 지인에게 부탁하는 일, 한국에 가서 국공립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아는 의사에게 부탁해 순서를 당기는 등의 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누군가의 부당한 특혜는 다른 누군가의 부당한 피해를 의미한다. 제한된 자원을 두고 부정한 수법으로 끼리끼리만 차지한다면 그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공정해야 오래 간다. ‘김영란법’이 한국뿐 아니라 미주한인사회 정화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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