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실직 경우 이혼율 32%↑
▶ 가정 경제력이 파탄 결정 요인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유명한 어구가 있다. 1992년 대선전에서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빌 클린턴이 유행시킨 구호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구호에 힘입어 클린턴은 현직이었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공화당 후보를 꺾고 42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유권자들의 최대관심사는 결국 먹고사는 문제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준 예에 속한다
가정이라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춥고 배고프면 부부간에 마찰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얼마 전 하버드대학은 가사를 분담하는 부부가 파경에 이르기 쉽다는 의외의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가사분담을 둘러싼 갈등이 파경을 초래하는 직접적 원인이라는 기존의 통설을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이 새롭게 공개한 연구결과는 통제하기 힘든 젊은 커플의 이혼위험요인으로 남편이 풀타임 잡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꼽았다.
직업이 없는 남성의 가정생활은 실패로 끝날 위험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부부 가운데 남편이 경제력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결혼의 지속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하버드 대학이 최근 공표한 ‘미국의 사회적 고찰’이라는 보고서의 저자이자 이 대학의 사회학교수인 알렉산드라 킬리워드는 “실직 남성의 이혼율은 풀타임 잡을 갖고 있는 남성에 비해 32%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녀는 ‘전업주부 아빠’(stay-at-home)가 이번 조사 표본에 충분히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가정파탄의 위험에 직면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1968년부터 2013년까지 6,300쌍의 기혼커플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를 근거로 작성됐다.
가사를 둘러싼 말다툼이 가정생활의 파탄에 기여한다는 통설과 관련해 보고서는 두 가지 특기할만한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1975년 이전에 결혼한 부부 가운데 여성의 가사담당 비중이 낮은 커플의 이혼 위험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75년 이후에 결혼한 커플의 경우는 다르다. 부부 사이의 가사분담 정도에 상관없이 남편의 취업신분이 유일하게 이혼위험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킬리워드 교수는 “남편의 실직이 왜 그렇게 이혼의 중요한 사유가 되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마도 남편의 실직이 우울증을 비롯,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학 보고서는 맞벌이 부부 모두가 풀타임 근로자인 경우 남성이 더 많은 집안일을 담당하면 이혼율이 오히려 낮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피츠버그대학의 심리학 학과장인 대니얼 쇼 교수는 “남편의 실직과 높은 이혼 위험 사이의 연관관계는 놀라울 게 없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쇼 교수는 “아직도 남성은 집으로 베이컨을 가져가야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는 시사점이 대단히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쇼는 이어 “결혼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실직이 남편 자신에게 가하는 충격”으로 해석했다.
그는 “실직 남성은 자신감의 존재감과 자신감을 상실한다”고 설명하고 “일자리를 잃을 때 남편은 정체성까지 잃어버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쇼는 실직한 당했을 때 부부가 마주앉아 상황을 곱씹는 것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서둘러 돈벌이가 될 만한 일을 잡는 것이 급선무이고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직장복귀를 위한 경로삼아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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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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