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전라도에 있는 줄 알았다. 누가 묻기에, 호남선을 타라고 했다. 그런데 대구는 경부선이다. 그때 난 대구가 전라도에 있다고 믿었으니, 내가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맞는 답을 준 것도 아니다. 어쨌든 내 잘못이다. 이렇게 살다보면, 나는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틀린 것이 생긴다.
세금도 그렇다. 예를 들어보자. 놀부는 12월 31일이 결산일인 비즈니스(C Corp)를 하고 있다. cash basis(현금기준)와 accrual basis(발생기준) 중에서, 후자의 방법으로 세금보고를 하는 회사다. 회사 수표로 교회에 헌금(charitable contributions)을 했는데, 수표 날짜가 내년 2월이었다. 놀부가 내게 물었다. 이 수표를 금년 비용으로 앞당겨서 공제받을 수 없을까?
나는 미안하지만 안 된다고 답변했다. 반드시 그 수표의 날짜는 12월 31일 이전이여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세금보고 마감, 그러니까 내년 4월 15일 이전까지만 수표를 발행해서 결제가 되면, 금년 비용으로 앞당겨서 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땐 난 그것을 몰랐다. 되는 것을 안 된다고 했으니, 대구에 가겠다는 사람에게 호남선 타라고 한 꼴이다. 몰랐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글쎄, 전문가에게 I didn't know, 그보다 더 수치스러운 변명이 있을까?
이런 일도 있었다. 위 회사가 금년 5월 1일에 1년분 보험료를 냈다. 금년 결산에는 8개월만 해당되고(5월부터 12월까지), 내년 결산에 나머지 4개월이 걸린다. 그러면, 금년에 비용으로 공제할 수 있는 것은 8개월뿐일까? 아니면 어차피 나간 돈이니, 1년분 전체일까?
또 있다. 연말에 은행 잔고를 줄이기 위해서 3개월분 렌트를 미리 냈다. 어차피 계속 발생하는 지출이라면, recurring item 예외조항과 8.5-month 규칙이 있다. economic performance가 충족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금년에 전부 공제받아서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모두 합법적인 절세 방법들이다.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왜 회계사들이 12월 31일 비즈니스 결산을 하면서, 굳이 내년 1월이나 2월, 나아가 3월 은행 자료까지 달라고 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내년에 발행된 수표 중에서 금년의 비용으로 공제할 부분을 찾기 위해서다. 모든 회계사들은 그렇게 손님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떠먹이려고 한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일을 잘할 수 없다.
<
문주한 공인회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